배터리보다 중요하다는 'BMS' 정체…"빅데이터 먹어야 똑똑해진다"
LG엔솔 등 'K-BMS' 기술 정상급…"'실주행 데이터' 공유해 고도화 필요"
(서울=뉴스1) 최동현 박기범 기자 = 전기차 배터리를 실시간 감시하고 제어하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 전기차 포비아(공포증)을 극복할 해법으로 떠올랐다. 전기차 보급률이 높아질수록 BMS 시장 규모도 커질 전망이어서 BMS 고도화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최근 '배터리 안전진단 소프트웨어' 사업을 본격 확대하기로 했다. 다수의 완성차업체(OEM)들에 배터리 셀·모듈·팩 등 기존 납품하던 제품 외에 'BMS 설루션'까지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BMS는 배터리 상태를 24시간 관리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소프트웨어로 '배터리 두뇌'로 통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BMS 관련 특허만 8000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실증 데이터는 배터리 셀 기준 13만 개, 모듈 기준 1000개 이상을 갖추고 있어 업계 내에서도 독보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BMS를 탑재한 안전진단 소프트웨어는 △충전 중 전압 하강 △배터리 탭 불량 △미세 내부 단락 △비정상 방전 △특정 셀 용량 편차 △리튬 과다 석출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을 감지할 수 있다. 특히 안전진단 검출률은 90%를 상회한다.
BMS의 중요성이 커진 건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9개 완성차업체에 안전진단 소프트웨어를 공급 중인데, 다른 완성차업체들의 요청도 쇄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BMS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톱티어'다. 특허정보조사전문업체 WIPS에 따르면 2018~2022년 상위 10위의 한국·중국·일본 배터리업체의 특허는 총 1만3500건이었는데, 이중 국내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합산 특허는 7400건(55%)으로 절반이 넘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글로벌 BMS 시장 규모가 2025년 68억 달러(약 9조 원)에서 2035년 220억 달러(약 30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른바 'K-BMS'가 세계 시장을 석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BMS 기술 고도화를 막는 '빅데이터 장벽'은 과제다. 배터리 제조사가 자사 제품을 실험해 BMS 설루션을 개발하더라도, 상당수의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배터리(셀·모듈·팩)까지만 납품받고, BMS는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있다.
결국 배터리 제조사가 보유한 빅데이터는 '실험실(LAB) 데이터'가 대부분이다. 일부는 자사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구매해 실주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지만, 고도화에 필요한 대량의 정보에는 미치지 못한다. 완성차업체에 BMS를 공급하는 LG에너지솔루션도 '안전 관련 데이터'에 한해서만 공유받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사 입장에선 자사 제품을 탑재해서 장기간 운영한 데이터(실주행 데이터)가 있어야 셀을 개선하거나 BMS를 고도화하는 데 속도를 낼 수 있는데, 그 데이터는 완성차업체가 쥐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전기차 안전관리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업계에선 소비자 안전을 위해 완성차업체와 배터리사 간 'BMS 빅데이터 공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주행 데이터는 영업비밀에 속하는 민감 정보지만, 중장기적으로 배터리 품질 개선과 BMS 고도화를 위해 업계 협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배터리사 입장에선 셀 개선이나 BMS 고도화를 위해 전기차의 실주행 데이터가 절실하지만, 완성차업체도 해당 데이터가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공유하기 쉽지 않다"며 "중장기적으로 BMS가 고도화돼야 완성차업체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업계 내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안전진단 소프트웨어를 공급받고 있는 현대자동차(005380)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BMS 개발을) 제조사와 공동으로 진행한 부분이 있다"며 실주행 데이터 공유 여부에 대해선 "배터리 제조사와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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