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최다 2053K+10년 100K' 새역사가 탄생한 날…"전화 오지 않을까요?" 양현종이 꺼낸 유일한 '이강철' [MD광주]
[마이데일리 = 양현종 박승환 기자] "나를 키워주셨던 분"
KIA 타이거즈 양현종은 2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12차전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투구수 69구, 7피안타(2피홈런) 1볼넷 7탈삼진 4실점(4자책)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 한 가지였다. 바로 양현종이 만들어낼 KBO리그 새역사였다. 경기 전까지 시즌 99삼진을 기록 중이었던 양현종은 1삼진만 보태면 이강철 KT 위즈 감독, 장원준 이어 역대 3번째 10년 연속 100탈삼진을 기록하게 되고, 3개의 삼진을 뽑아내면 '2048K' 송진우가 보유하고 있는 KBO 역대 최다 탈삼진 경신도 앞두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업적'이 만들어졌다.
양현종은 1회초 선두타자 황성빈을 129km 슬라이더를 위닝샷으로 선택해 첫 번째 삼진을 뽑아냈다. 이 삼진으로 이강철, 장원준과 나란히 서는데 성공한 양현종은 2회초 무사 1루에서는 나승엽을 돌려세우며 통산 '2048번째' 삼진을 손에 넣으며 송진우와 타이기록을 작성했다. 흐름을 탄 양현종은 3회 2사 1루에서 윤동희와 격돌했고, 143km 하이패스트볼을 통해 방망이를 끌어내면서 마침내 새로운 역사의 탄생을 알렸다.
3회까지 이렇다 할 위기 없이 롯데 타선을 봉쇄한 양현종은 4회초 선두타자 손호영에게 2루타를 맞으면서 처음으로 스코어링포지션에 주자를 내보냈지만, 삼진 두 개를 곁들이며 이닝을 매듭지었다. 하지만 가장 아쉬운 순간들이 5회에 쏟아졌다. 선두타자 노진혁에게 홈런을 맞으면서 이닝을 출발하더니, 정보근에게 안타를 내준 후 윤동희에게 볼넷을 허용하면서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리고 손호영에게 던진 체인지업에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가 되면서 3점 홈런을 맞게 됐고, 결국 5회에만 4점을 헌납했다.
5회 투구를 마친 시점에서 양현종의 투구수는 불과 69구였지만, KIA는 금자탑을 쌓은 양현종을 빠르게 내리고 불펜 투수들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우는 선택을 가져갔다. 그 결과 KIA는 롯데와 치열한 공방전을 주고받은 끝에 7~8회 롯데 내야진들의 연쇄 실책의 도움을 받으며 6-5로 짜릿한 승리를 손에 넣었고, 결과적으로는 아쉬운 투구를 펼치게 된 양현종 또한 동료들의 격한 축하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경기가 끝난 뒤 중계방송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동안 KIA 선수들은 한마음으로 모였다. 양현종의 위업을 축하하기 위함이었다. 나성범은 양현종의 얼굴에 찍을(?) 케이크도 미리 준비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 양현종은 한차례 선수들과 대치했다. 혹시 모를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안경은 벗어라'는 것 때문이었다. 나성범은 양현종이 안경을 벗기를 희망했고, 양현종은 '괜찮다'며 이를 거절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선수들은 물을 시작으로 음료, 케이크, 샴푸 등을 양현종의 머리를 중심으로 퍼부었고, 양현종은 금새 만신창이가 됐다. 특히 안경은 케이크에 범벅이 돼 깨끗한 물로 씻어내기 전까지는 착용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래도 두 가지 대기록을 만들어낸 만큼 양현종은 다소 격한 동료들의 축하를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축하파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양현종은 "언젠간 깰 기록이라고 생각했고, 크게 신경을 쓰진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정말 뜻깊은 기록으로 남겠지만 글쎄"라며 "삼진에 대한 큰 욕심은 없다. 다만 탈삼진왕을 한 번은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다. 그래도 야구를 하면서 삼진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삼진은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닝을 가장 중요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닝을 정말 많이 던지고 싶다. 송진우 선배님의 말도 안 되는 이닝이 수치가 있지만, 아프지 않는다면 그에 근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10년 연속 100삼진, 통산 2053삼진으로 두 개의 굵직한 기록에도 양현종이 크게 기뻐하지 않았던 것에는 현실로 와닿지 않은 점도 있었다. 그는 "아직은 못 느끼겠다. 지금 솔직히 확 와닿지도 않는다. 그러나 정민철 해설위원님께서 항상 '나중에 은퇴하고 나서는 정말 어마어마한 기록'이라고 하시더라. 나는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고, 새로운 기록을 위해서 달려나가야 되기 때문에 지금 이 기록을 달성해서 뿌듯하거나 한 것은 없는 것 같다"며 "나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양현종이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꺼낸 이름은 '이강철'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KIA 코치 시절 양현종의 '스승'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늘 양현종이 자신의 기록에 근접하거나, 넘어설 때마다 아낌없는 칭찬을 보냈다. 양현종 또한 마찬가지. 굵직한 기록을 쓸 때마다 빼놓지 않고 이강철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낼 정도로 애틋하다. 이날도 양현종은 이강철의 이름을 수도 없이 외쳤다.
기록 달성에 대한 큰 기쁨까지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이강철 감독에게 자랑을 할 생각에 양현종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양현종은 "10년 연속에 대한 기록을 세울 때마다 항상 KT에 있는 이강철 감독님께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싶다. 감독님께서 항상 '내 기록을 다 깨라'고 이야기를 하신다. 어릴 때 나를 키워주셨던 분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우러러보는 선수였다. 오늘의 경우 이강철 감독님께 자랑도 하고 싶다"며 '오늘(21일) KT가 이겼다'는 말에 "그러면 전화가 올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양현종은 등판을 앞두고 엄청난 양의 러닝을 소화하는 루틴을 보유 중인데, 이 또한 이강철 감독의 지도 덕분에 만들어졌다. 양현종은 "드라이브라인과 새로운 훈련이 많이 생겼지만, 나는 나 자신을 믿는다. 스스로와 타협하지 않으려고 한다. 덥고 지치지만 내가 해야 할 운동은 정말 꾸준히 한다. 내 루틴에 자부심이 있다"며 "아무래도 이강철 감독님이 내가 선발 투수로 완성이 되지 않았을 때부터 주입식과 강압적으로 많이 시키셔서 지금의 내 것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제 양현종의 목표는 170이닝으로 향한다. 지난 2014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9년 연속 170이닝을 소화한 양현종은 이제 10년 연속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오늘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최다 탈삼진을 달성해 기분이 좋지만, 10년 연속 170이닝은 많이 벅찰 것 같다. 이는 6~7년 전부터 생각해왔다. 아마 10년 연속 170이닝은 정말 깨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올 시즌이 끝나기 전 가장 큰 과제고, 내가 넘어야 할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 목표까지 이제 26이닝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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