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방지" 조건부 전세대출 중단… '핀셋규제' 가계대출 고삐 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 본 도심 아파트./사진=뉴시스

은행권이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섰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빠르게 늘면서 가계대출이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고 전세자금 대출을 중단하고 나섰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26일부터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주택 처분 등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취급을 중단한다.

매수자는 갭투자 목적의 주택 거래에서 전세 세입자를 끼고 거래하는 데 주택 매입가격을 모두 감당할 수 없어 전세 세입자를 구해 전세보증금을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주택매매가가 10억원이라면 갭투자자(매수자)가 3억원을 마련하고, 보증금 7억원 규모의 전세 세입자를 구해 차액을 치르는 방식이다.

신한은행은 전세 세입자가 주택 소유권을 기존 집주인에서 매수자로 이전하는 조건으로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는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을 당분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신탁사로 소유권이 이전된 신탁등기 물건지 전세대출도 취급을 중단한다. 기존에는 서울보증보험, 도시보증공사가 보증하는 전세대출만 취급이 불가했으나 오는 26일부터 주택금융공사 보증도 취급이 중단된다.

주택담보대출 플러스모기지론(MCI, MCG) 취급도 같은 날부터 중단한다. MCI(모기지신용보험)·MCG(모기지신용보증)는 주담대와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대출 한도를 줄일 수 있다. 서울시내 아파트의 경우 5500만원 이상의 대출 한도 감소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갭투자 등의 투기성 수요 등을 예방과 가계부채의 선제적인 관리 일환으로 일부 여신 취급을 제한한다"며 "대출 실행일 전일까지 소유권이 이전된 경우는 취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돌입한 배경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2일까지 신고된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 건수는 6912건으로 집계됐다. 이미 6월 거래량(7450건)의 92.8%에 도달한 것을 고려하면 7월 계약 건수는 2020년 12월(7745건) 이후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DSR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추가대책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DSR은 연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현행 차주별 DSR 규제는 매년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스트레스 DSR 제도는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금리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상승할 가능성을 감안해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 추이,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보면서 필요시 DSR 적용 범위 확대, 은행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등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단계별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남의 기자 namy85@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