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發 '정산 주기' 자충수 되나…e커머스 부실화 촉발 '우려'
'정산 주기' 아닌 '정산 불이행' 핵심…재무건전성 따른 주기 필요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티몬·위메프 사태(이하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판매 대금 정산 기한 도입을 골자로 한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으면서 e커머스업계 '정산 주기'를 둘러싼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모양새다.
강·중소플랫폼으로의 재편이 예고되면서 업체 간 판매자(셀러), 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빠른 정산 주기'가 '자금력'으로 인식되면서 실제 재무건전성을 배제한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경우 '제2 알렛츠'가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G마켓, 11번가에 이어 이베이는 '데일리 정산'으로 최단 1영업일 내 안전한 거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중국 e커머스 알리 익스프레스 역시 '이틀 내 정산'을 강조하고 나섰다.
업체들이 '빠른 정산'을 강조하고 나선 배경에는 자율 정산 주기의 폐단으로 촉발된 티메프 사태와 맞닿아 있다. 자체적으로 기한을 늘리면서 판매 대금을 유동성 수단으로 활용해 부실 사태를 초래한 배경으로 '정산 주기'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티메프 사태의 본질은 '정산 주기'가 아닌 '정산 불이행'이 핵심이라는데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정산 주기를 강제로 줄인다고 제2 티메프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은 제한적"이라면서 "근본적인 문제는 재무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이 판매 대금을 불법으로 유용한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쿠팡의 정산 주기는 60일, 컬리는 40일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각 사는 계약이나 약관에 따라 자금 운영 기준을 세우고 정산 주기를 결정·관리한다"면서 "불법 자금 운용 폐단의 티메프 사태로 e커머스 전반 부실 경영으로 낙인돼 전체가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대규모유통업법 등 유통 규제도 많은 상황에서 또 다른 규제로 회사의 자금 운영을 관리한다는 것은 e커머스와 중소제조사 간 유통 구조의 악순환을 초래할 뿐 아니라 e커머스 시장 성장에도 제한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자본잠식 상태의 중소플랫폼까지 '빠른 정산' 경쟁에 나설 경우 추가 미정산 사태가 불거질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e커머스의 경우 셀러로 부터 광고비를 선지급 형태로 받아 현금을 확보한다. 즉, 현금 유동성에 따른 빠른 정산이 가능한 것"이라면서 "그러나 티메프 촉발로 업계 전반 투자자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금 확보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이 정산 주기 압박을 받거나 출혈 경쟁에 나설 경우 자금난에 따른 미정산이나 '먹튀'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가구·패션 등을 취급하는 오픈마켓 '알렛츠'가 지난 16일 돌연 영업을 중단했다. 해당일은 중간 정산일로, 업계에서는 알렛츠 운영사인 인터스텔라가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해 자금 유동성 악화에 따른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인터스텔라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부채는 317억 원 수준이다.
알렛츠 외에도 NHN위투가 운영해온 쇼핑몰 1300K, 위투MRO, 소쿱, 1200m 등 4곳, 공동구매 플랫폼 사자마켓 등이 내달 서비스를 종료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산 주기가 '재무건전성'으로 인식되는 것은 경계 대상"이라면서 "무리한 자금 흐름으로 폐업이 증가할 경우 e커머스 생태계가 위협받을 수 있는 만큼, 매출 규모에 따른 정산 주기 차별화와 신뢰 회복 등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티메프 사태가 제도 문제인지, 기업 문제인지 본질을 정확히 직시해야 한다. 한 기업으로서의 기본 역량을 잃은 사태와 관련해 정산 자금이나 관리 방식을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맞는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유통 규제가 추가된다는 점은 중소업체에 부담이 가중되는 것으로, 또 다른 사태로 불거질 수 있다"고 짚었다.
lil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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