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찾아 헤매다 구급차서 출산"…아이 낳기 어려운 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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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전 1시 31분 충북 음성군 삼성면에서 분만통을 호소하는 임신부 A 씨의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당시 A 씨는 1분 간격으로 분만 통증을 호소하는 등 출산이 임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에 거주하는 임신부들은 예상보다 일찍 분만통이 찾아오는 등 각종 응급 상황이 발생할까 봐 늘 걱정을 떠안은 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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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전 1시 31분 충북 음성군 삼성면에서 분만통을 호소하는 임신부 A 씨의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당시 A 씨는 1분 간격으로 분만 통증을 호소하는 등 출산이 임박한 상황이었습니다.
10분 만에 도착한 구급대는 분만이 가능한 천안과 청주 지역 내 병원 4곳을 물색했지만, 병상이 없거나 수술할 의사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음성군에는 임신부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이 없었고, 그나마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이자 지역의 유일한 상급병원인 충북대병원 응급실은 운영이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이탈한 데 이어 응급의학과 전문의 일부가 병가 등으로 빠지면서 지난 14일 오후 2시부터 15일 오전 8시 30분까지 응급실 운영이 일시 중단된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 결국 A 씨의 양수가 터졌고 구급대원들은 즉시 구급차를 거리에 세워 아이를 받아냈습니다.
진통을 호소하는 신고가 접수된 지 1시간 20여 분 만이었습니다.
이후 구급대원은 119 상황실에서 선정해 준 약 80㎞ 떨어진 경기도의 한 병원으로 산모와 아이를 이송했습니다.
A 씨의 사례는 열악한 충북 지역의 출산 인프라 상황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선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나 종합병원을 찾지 못해 수십㎞ 떨어진 병원으로 가 이른바 '원정 출산'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21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도내 58곳 산부인과 중 분만실을 운영하는 산부인과는 14곳에 불과합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청주 9곳, 충주 2곳, 제천·영동·진천 각 1곳 등입니다.
전체 11개 시·군 중 분만실을 갖춘 산부인과가 아예 없는 곳은 6곳에 달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에 거주하는 임신부들은 예상보다 일찍 분만통이 찾아오는 등 각종 응급 상황이 발생할까 봐 늘 걱정을 떠안은 채 살고 있습니다.
청주에 거주하는 임신부 B 씨는 "지난 6월 야밤에 갑자기 위를 쥐어뜯는 통증이 찾아와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4곳으로부터 거절당했다"면서 "심지어 이중 대학병원은 초진이라는 이유로 거절하더니 119에 직접 전화를 하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결국 밤을 지새우고 다음 날 원래 다니던 산부인과가 문을 연 뒤에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면서 "인구 80만이 넘는 도시에서 임신부가 갈 응급실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 이런데 나라에서는 무슨 애를 낳으라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임신 8개월이라는 C 씨는 "병원이 문을 닫는 시간대인 저녁부터 아침 시간에 아이가 나올까 봐 겁이 난다"면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아이를 낳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했습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지역에선 산부인과 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대기하거나 이송이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면서 "일선에서 일하는 구급대원들도 응급 상황시 병원을 찾지 못해 늘상 힘들어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선영 충북자치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의정 갈등이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가장 보호받아야 할 임신부들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는데도 사태 해결은 요원하기만 하다"면서 "정부와 의료계는 하루빨리 타협점을 찾아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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