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채상병 특검법, 여야 합의해야···윤 대통령, 개원식 참석해주길"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장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여야 대표 회담을 앞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국민들의 답답함을 뚫기 위한 길을 찾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는 22대 국회 개원식 일정이 다시 정해지면 참석해주길 바란다고도 했다.
우 의장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새 양 당(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만들어진 것에 크게 기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22대 국회 출범 후 약 세 달 간 여야가 대치하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반복된 상황에서 25일 회담하기로 한 양 당 새 대표가 활로를 찾길 당부한 것이다.
우 의장은 취임 후 소회를 밝히면서 "다만 한 발짝, 반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가기 위한 치열함, 때로는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하더라도 뒤로 후퇴하는 것은 막으려는 필사적인 노력, 이런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며 "다람쥐 쳇바퀴에 머무는 것은 적어도 국민이 바라는 정치는 아니다, 무책임이다, 이런 것이 제가 가진 기본적 생각"이라고 했다.
우 의장은 "(필리버스터와 거부권이 반복되는 정국에) 해법이 있냐 하면 없다. 국회의 입법권과 대통령의 거부권이라는, 삼권분립에 의한 두 축이 충돌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결국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저는 한 대표께서 하신 '민심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 국민의 마음과 눈높이에 반응해야 한다'는 말씀에 크게 기대한다. 민주당에 대해선 '태도가 리더십'이란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 속에서 도돌이표를 끝내야 한다"고 했다.
우 의장은 21~22대 국회 들어 재표결을 통해 총 두 차례 부결·폐기됐던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한 대표와 이 대표 간 회담에서 이 문제가 의제로 등장할지도 정치권 관심사다.
우 의장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진실을 규명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 수준은 높은 편"이라며 "진실 규명을 위해 국회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 의장도 공감하는 바"라고 말했다.
이어 "수사기관을 통해 밝혀지지 못한 점이 있다면 특검을 추진하는 것은 국회가 가진 기능이자 권한이라 생각한다"며 "그렇지만 여야간 어떤 방식으로 할지, 방법과 절차에 대해 이견이 있고 양당 새 지도부가 만난다니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충분한 합의 결과를 거쳐야겠지만 국민들 요구를 생각하면 빠른 시일 내 합의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25일 여야간 논의가 될테고 그 논의를 지켜보면서 국회의장으로서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떻게 방향을 정할지, 어떤 중재안을 낼지 등을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가 22대 국회 개원식을 정하면 대통령이 꼭 참석하길 바란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국회 개원식은 지난달 5일로 예정됐지만 보류됐다. 당시 채상병 특검법 상정 강행을 둘러싸고 여야 관계가 급랭, 여당은 개원식 불참을 선언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에 국회 개원연설에 참석하지 말아 줄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우 의장은 "1987년 이후 국회 출범 후 시간이 이렇게 지나도록 개원식을 못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개원식을 한다면) 정기국회 첫 날인 9월2일 하기로 논의할 수 있지만 이것도 합의가 안 돼 있다. 대통령이 참여하지 않는 개원식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참 고민이 많다. 국회에서 개원식을 정하면 대통령께서 꼭 참여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앞으로도 여야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되 국회가 답보 상태에 있지 않기 위해 국회법 절차를 준수하겠다고도 밝혔다.
우 의장은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관련 중재안을 냈었지만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방송4법은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 거부권이 행사돼 재표결을 앞둔 상황이다.
우 의장은 "아쉽더라도 상황 상황을 매듭지어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기 때문에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를 했다"며 "앞으로도 그럴 생각입니다. 대화와 중재, 국회법 절차, 어느 하나에 묶이지 않고 어떻게든, 반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방법, 국민에게 이로운 방향이 무엇인가를 중심에 놓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이날 개헌의 필요성도 강하게 주장했다.
우 의장은 "제가 개헌안을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개헌안은 이미 상당히 많은, 여러가지 버전으로 나와 있어서 거기서 선택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헌의 필요성은 제가 역설해왔다. 정치란 길을 만드는 것"이라며 "세상이 자꾸 변해간다. 1987년 개헌 후 세상이 이렇게 크게 변했는데 38년 동안 개헌을 못했다는 것은 정치권이 해야 하는, 그 28년의 변화를 담아낼 길을 만드는 일은 안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것도 길을 못 만들어서다. 개헌이 너무너무 필요한 때다. 정치개혁의 근본적 해결은 개헌부터 시작해야 하다"며 "개헌이라 하면 곧 대통령 임기단축이라 생각할 게 아니라 원포인트 개헌도 좋고, 부분 개헌, 전부 개헌도 좋다. 적용시기도 즉각 하는 것도 좋고 차기도 좋다. 다 열어두고 이야기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의장은 "개헌의 폭과 시기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자유롭게 논의해도 좋으니 2년 뒤 있을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두고 국민투표는 하자고 (지난 7월 제헌절에) 제안했었다"며 "용산 대통령실은 (이 제안에 대해) '여야 대화부터 하시라'고 했는데 (개헌을 두고) 대통령을 만나자는 제안이 거부됐는지, 미뤄진 건지 모르겠지만 대답을 못 받아 아쉽다"고 말했다.
또 "(국회가) 개헌 특별위원회를 만들기 쉽지 않지만 개헌 자문위원회는 만들어갈 준비를 한다"며 "우리 시대에 맞는 개헌안을 잘 정리해 볼 것이고 추진 전략도 개헌 자문위에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 의장은 또 "정치개혁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선거법에서부터 국회 안의 구조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논의해야 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국회는 국회 개혁 자문위원회를 구성해가고 있다"며 "22대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여기서 해결하고 이미 이해관계가 만들어져서 합의가 어려운 것은 23대 국회를 향해 갈 것"이라고 했다.
우 의장은 국민연금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우 의장은 "정부에서 안을 내놓으면 야당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데 이게 국회 안에서 토론이 돼야 한다. 충분히 이야기할 장을 만들어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하는 게 의장의 역할"이라며 "연금개혁은 꼭 필요한 일이고 대한민국은 현세대 뿐 아니라 미래세대도 있다.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합의할 구조를 만들어가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조국혁신당 등에서 주도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교섭단체 요건(국회의원 20명) 완화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 첫 해 국회가 4개의 교섭단체로 시작했다. 토론을 하다보면 스펙트럼이 달라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데 그러다보면 타협의 길이 만들어진다"며 "이렇게 꽉 막힌 정국에서 교섭단체가 여러 개 있는 건 국회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괜찮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국회가 중점을 둔 사업 과제들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우 의장은 "22대 국회는 민생의 위기, 신뢰의 위기, 입법권의 위기라는 중첩된 위기 속에서 출범했다. 그런 만큼 더욱 안전·민생·안보 등 위기에 처한 국민의 삶을 지키고 갈등과 기후, 인구, 디지털 전환 같은 미래의제에 잘 대응해서 대한민국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정치가 절실하다"며 "그 역할을 잘해보자 이런 각오를 담아서 '국민을 지키는 국회, 미래로 나아가는 국회'를 슬로건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의사당 세종의사당 건립과 기후위기 대응은 아주 급박한 국가과제다. 세종의사당 건립은 속도를 내고 기후위기 대응은 전면화할 계획"이라며 "만간 세종의사당 건립위원회 구성이 완료된다. 사업 전반에 대한 자문과 설계시공 추진방식 등을 결정하게 될 텐데 에너지자립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상징적 건물로 건립을 추진하려 한다. 국가균형발전을 상징하는 사업인 만큼 여러 의견을 수렴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 기관으로서 국회가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며 "정책과 입법 지원은 물론이고, 국회 조직 내에서부터 다양한 실천적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국회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 마무리되는 대로 별도의 보고를 하겠다"고 했다.
우 의장은 "특히 기후위기 대응을 비롯해 저출생, 불공정, 디지털전환 같은 민생의제, 또 미래의제에 대해서는 국회 내 기구들의 총력대응 체제를 만들 계획"이라며 "정책입법 지원기능이 기관별로 분산되거나 중복되지 않도록 의제별로 콘트롤타워를 정해서, 집중해서 정책방향을 연구하고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도록 만들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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