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보유했는데 원금 `반토막`…흔들리는 미술품 조각투자

신하연 2024. 8. 22.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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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제공]

제도권 내로 편입된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이 오히려 제도화 전에 비해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 규제에 따라 '조각'(분할 소유권)을 사고 팔 수 있는 마켓 서비스가 막히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분을 중간에 매매할 수 있는 통로가 사라진 상황이다. 자금이 묶여있는 동안 미술품 가치가 하락하면서 원금 손실을 보는 사례도 생겼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는 보유하고 있던 공동구매 기초자산 미술품 3건을 홍콩 경매 시장에서 모두 손실을 보고 매각했다. 현재는 매각 대금 정산이 완료된 상태다.

가장 큰 손실을 기록한 작품은 알렉스 카츠의 'Red Dogwood'으로, 12억원에 매입했으나 400만홍콩달러(매각 당시 1홍콩달러=176.45원 기준으로 7억580만원)에 매각됐다.

제반 비용을 제외한 매각 후 정산 대상 금액은 공모 자산 가격 대비 41.2% 내린 7억577만원이다.

지난 2022년도에 공동 구매했던 작품인 것을 고려하면, 당시 공모에 참여했던 투자자는 3년을 꼬박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원금도 건지지 못한 셈이다.

1좌당 1000원이었던 분할소유권의 가격은 1좌당 588.14원으로 정산됐다. 가령 분할 소유권 3000개(300만원)를 구매했던 고객이라면 176만4420원을 최종 정산 받은 것이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 나스닥지수의 수익률은 50% 수준이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30% 이상 올랐다.

이 외에도 27억5000만원에 구매했던 마르크 샤갈의 'La mariee or Les amoureux aux fleurs'는 21억1737만원에 매각되며 23.0%의 손실을 기록했고, 페르난도 보테로의 'People Drinking'는 7억8000만원에 매수했지만 5억6461만원에 팔리며 27.6%의 손실을 봤다.

테사 측은 "사전에 분할소유권 보유자들에게 추정 매각가와 손실 가능성 등을 고지하고 투표를 받아 진행한 사안"이라면서 "좋은 딜이라고 생각해서 공경매로 내보낸 것인데 경매 추정가 하단에 낙찰됐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토큰증권발행(STO)이 제도권 내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개인간 양수도 외에는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유통이 불가능해진 것이 시장의 폐쇄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존에는 투자자들 간 자유로운 매매가 가능했지만 현재는 공모에 한 번 참여하면 해당 미술품이 매각돼 지분 보유에 따른 차익을 나눠받을 때까지 자금이 묶이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당국이 조각투자 발행사 5곳의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허가하는 대신 기존 보유한 유통시장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이후 현재까지 장내 시장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유통 시장이 닫혀 있어 손해를 보는 것은 투자자뿐만이 아니다. 미술품 조각투자 발행사 역시 공모 과정에서 나온 실권주를 떠안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발행 시 모집예정금액에 미달해 나온 잔여증권은 발행사가 모두 인수해야 하는데,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이 싸늘해지면서 미계약분이 점차 증가하는 분위기다.

테사의 경우 제도화 이전에 공동구매한 내역이라 작품별 보유 비중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이번에 손실을 보고 매각한 작품에도 테사 자금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투게더를 운영하는 투게더아트는 지난 1월 발행한 투자계약증권의 경우 최종 14%를, 4월 발행 증권은 전체의 25%를, 6월 발행한 증권은 전체의 45%를 투게더아트가 최종 배정받았다.

아트앤가이드 운영사 열매컴퍼니 역시 지난 5월 두 번째 투자계약증권을 공모했으나 일반투자자 최종 배정 물량은 50.4%에 그쳤다. 열매컴퍼니가 최초 배정받기로 한 물량 10.0%가 아닌 49.6%를 최종 배정받게 된 것이다.

만약 테사처럼 손실을 보고 작품을 매각하게 된다면 발행사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도 더 커질 수 있다.

한 조각투자 발행사 관계자는 "우선 조각투자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낮아졌고 당국의 투자계약증권 발행신고서 검토 과정에서도 부침이 많은 상황"이라며 "증권발행이 이렇게 띄엄띄엄 나오고 흥행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면 재정난에 시달리다가 결국 망하는 발행사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장외 시장이 신설되면 유동성이 훨씬 유입될 것"이라며 "업계에서도 STO가 유통을 전제로 하는 투자 상품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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