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포 목적 없다”…만들어도 시청해도 처벌 피하는 딥페이크

최윤아 기자 2024. 8. 2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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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ㄱ씨는 같은 대학 여성 후배의 신체를 불법촬영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얼굴로 성적 목적의 불법합성물(허위영상물)을 만들었단 사실이 발각됐다.

그러나 불법합성물이 유포(반포)되지 않았고 유포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법촬영 혐의로만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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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남성 ㄱ씨는 같은 대학 여성 후배의 신체를 불법촬영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얼굴로 성적 목적의 불법합성물(허위영상물)을 만들었단 사실이 발각됐다. 그러나 불법합성물이 유포(반포)되지 않았고 유포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법촬영 혐의로만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현행법상 불법합성물을 제작했다 하더라도 ‘반포할 목적’이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다. 텔레그램 등에서 불법합성 성범죄물을 내려받아 소지, 시청한 이들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19살 미만 아동·청소년이 아닌 이상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 따로 없다.

딥페이크(이미지·음성 합성기술)를 활용해 여성 피해자 얼굴에 성적인 이미지를 합성한 뒤 신상 정보와 함께 유포하고 이런 피해를 당사자에게 알려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성범죄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범죄 피해 심각성에 견줘 처벌 공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정형 역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불법촬영이나 불법촬영물 유포 법정형(7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낮다.

불법합성물 성범죄는 2019년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인 ‘엔(n)번방’ 사건으로 그 심각성이 알려져 2020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에 ‘허위영상물 등의 반포’(14조의2) 처벌 조항이 신설되면서 디지털성범죄로 규정됐다. 그러나 피해자의 인격을 말살하는 불법합성물를 만들어도 ‘반포 등을 할 목적’이 없다고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 불법촬영물과 다르게 불법합성은 단순 소지·저장·시청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이 가능하지 않다.

실제 형사사건 전문임을 내세운 한 법무법인 누리집에는 여성인 직장 동료의 얼굴을 성적인 사진에 합성해 공용 컴퓨터에 저장한 의뢰인에 대해 “불법합성물은 만들었으나 이를 공유하거나 반포할 의도가 없었음을 강조”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홍보글이 게재돼 있다.

서울대 출신 가해자가 동문들 사진을 불법합성해 유포한 사건 피해자 변호를 맡은 조윤희 변호사(법무법인 이채)는 “불법촬영물은 피해자가 원치 않는 (성관계나 화장실 이용 등) 모습이 촬영·박제돼 성적 대상으로 소비되는 데 대해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일으키는데, 허위영상물이라고 해서 성적 대상화가 되는 방식이 다르지 않기에 피해자의 피해도 같고 가해자 역시 진짜냐 가짜냐 구분하지 않고 소비한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허위영상물 성범죄도 최소한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불법촬영)와 같은 수준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도 최근 발간한 ‘디지털성범죄 대응체계 개선 연구’에서 “자신의 사진이 성적인 욕망·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합성됐단 사실 자체가 피해자에게 큰 정신적 고통을 주고, 가까운 사람과의 신뢰 관계도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현행법상 처벌이 어려운 한계로 인해 피해 회복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 한겨레는 디지털 성범죄 방지를 위해 끈질기게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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