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유지 인원 안되는 응급실 속출…"추석, 진료대란 우려"
"119 언제까지 택시처럼 쓸 거냐…유료화라도"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지난 2월 500여 명의 전공의가 떠나간 응급실은 남은 의료진끼리 고군분투하다 결국 한계에 이르러 속속 파행 운영되고 있다. 서울 대형병원마저 응급실 운영이 힘들어진 데 대해 현장은 "더는 못 하겠다고 떠나는 문제라 뾰족한 대책도 없다"고 토로한다.
2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권역 및 지역응급의료센터를 지키던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교수들이 전국 각지에서 하나둘씩 그만두고 있다. 이로써 전문의가 6명이 채 되지 않는 응급실은 현재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응급실은 이달 들어 매주 목요일 성인 응급환자 진료가 어렵다. 지난 5월 15명의 전문의로 버티다 순차적으로 전문의 3명이 그만뒀고 최근 1명의 추가 사직으로 11명만 남았다. 주 7일 12시간씩 교대근무를 유지할 최소 인원이 안 되는 셈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5명 있었지만 조만간 1명이 그만둘 예정이다. 충원을 위해 여러 차례 채용 공고를 올리고 있지만 연락은 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응급실 축소 운영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응급실 진료 차질은 기관의 개별 사정"이라며 "부분적 진료 제한이 있는 응급실은 5개로 전체의 1.2%다. 다음 달에는 인력이 충원돼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 의료진들은 "서울 상황도 안 좋다. 응급실만 열려있을 추석 명절, 진료 대란이 우려된다. 응급의료만의 문제가 아니라 누적됐던 의료 문제가 한꺼번에 작용했다"며 "아무나 쉽게 응급실에 오는 근본적인 의료체계 개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지역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 중인 교수 A 씨는 "병원 응급실마다 6~7명에서 많게는 20명 가까이가 일한다. 사람 많은 데는 운영에 아직 별 지장 없으나 7개월째 교수들만으로 버티던 와중에 6~7명 중 1명만 아파도 와르르 무너지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전공의가 안 돌아오는 가운데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크게 바뀔 가능성 없다. 사람이 그만두고, 다른 데 가는 문제라 대책이 없다"고 했다.
더욱이 코로나19 재유행 등 응급실이 더 바쁜 상황에 인력 이탈 문제가 크게 번지자 대한응급의학회는 전날(21일) 현안 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일단 학회는 전국 어디서나 급성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면 119 구급대를 통해 전문심장소생술과 소생 후 처치할 수 있는 병원의 명단을 조사한 뒤 공개하기로 했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등 일부 응급실 미수용 사례에 대한 국민 불안과 공포를 줄인다는 취지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응급의료 관련 한시적 수가의 제도화, 상시화를 포함한 응급의학과 전공의, 전임의 수련보조수당 지급 등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대책도 복지부에 적극 제안하기로 했다.
이밖에 경증 비응급 환자의 응급실 이용을 자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온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119구급차의 유료화라도 검토하자고 지난해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공공서비스 유료화 문제에 대한 사회적, 국민적 논란이 뒤따를 수 있다.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의 대표이기도 한 기동훈 중앙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가정상비약보다 응급실에 먼저 오는 사례도 많이 있다. 경증 비응급 상황의 대처법을 알리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비용적으로 응급실 이용이 너무 싸다"고 지적했다.
기 교수는 "비응급 환자의 응급실 비용을 2배씩 올린다거나, 119구급차를 언제까지 택시처럼 쓸 거냐는 논의도 해야 한다"며 "응급실에 환자도 몰리고 있지만 갈수록 수용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문만 열어놓은 채 환자는 받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정부는 응급의료체계의 문제점이 새롭게 발생한 게 아니라 30여 년간 의료개혁이 지체된 결과로 보고 있다. 복지부는 "비상진료체계 유지, 진료 차질 최소화 대책을 충실히 이행하며 필수의료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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