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 ‘의견거절’이니 괜찮다?… 삼부토건, 내년도 회계 잡음 계속될 가능성

강정아 기자 2024. 8.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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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토건./연합뉴스

이 기사는 2024년 8월 21일 15시 00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반기보고서 의견 거절 소식에 19일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던 삼부토건이 21일엔 급반등에 성공했다. 장중 16% 올라 790원을 기록하는 등 주주들은 반기 의견 거절을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반기 의견거절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부토건의 회계 리스크는 내년 감사보고서 시즌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로서는 적정 의견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토목·건축 개발 전문업체인 삼부토건은 지난달 초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로 주목받는 과정에서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상장폐지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하지만, 현재 기업을 둘러싼 상황상 자금 조달처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 경영 악화에 1300억원 용지 매각 카드 꺼냈지만… “제대로 판 것 맞나?”

삼부토건이 회계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주요 이유는 재무 상황의 악화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영업적자를 낸 삼부토건은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도 409억원, 516억원에 달했다. 반면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 차입금은 1712억원이다. 현재 삼부토건이 가진 현금성 자산 529억원의 3배가 넘는다.

전문가들은 삼부토건이 이번 상반기 감사에서 최소한 1년 이내에 유동성 리스크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주요 쟁점 사안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700억원대의 단기차입금을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삼부토건이 이때 꺼낸 카드가 올해 4월 4일 맺은 1300억원대의 용지 매각 건이다. 1300억원의 토지 매각대금으로 단기 유동성 부족 위기를 피하려 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은 당시 오하트라헤레일반사모투자신탁제1호와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일대의 땅을 13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삼부토건은 한국전력공사가 소유한 변전소였던 이 땅을 2021년 공매에서 776억원에 낙찰받았다.

매각 계약 후 계약금 65억원은 같은 달 5일 입금됐고, 중도금 65억원은 오는 10월 초 입금될 예정이다. 잔금 1170억원은 실시계획인가로부터 3개월 내 또는 계약금 지급일로부터 1년 중 빠른 날 수령하는 조건으로 받는다.

불과 3년 만에 2배 가까운 차익을 낸 성공적인 부동산 투자같지만, 따져 보면 여기엔 숨겨져 있는 게 있다. 계약 내용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1년 6개월 안에 해당 용지에 대한 도시개발법상 실시계획인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매수인에게 용지매매대금에 이자비용 등을 가산한 금액을 반환해야 한다. 1300억원에 법정이자율 4.6%를 더하면 이자는 최소 90억원이다. 계약 조건에 따라 이미 받은 계약금과 중도금 130억원도 돌려줘야 할 가능성이 있다.

삼부토건이 올해 4월 체결한 용지 매각 건 관련 계약 내용. /삼부토건 반기 보고서 캡처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감사인은 이 토지 매각 건이 실질적으로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일으킨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본 것 같다”며 “진성매각 형태로 1300억원이 들어왔다면 계속기업 가정에 의문을 표할 정돈 아니었는데, 매각 조건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부토건이 매각한 해당 부지는 현재 재개발지구 내의 존치관리구역이다. 재개발 사업을 하지 않고 기존대로 유지 및 관리 중인 땅이라는 의미다. 재개발이 가능한 촉진구역으로 바꾸기 위해 남양주시는 연내 주민공청회를 열 예정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절차가 많이 남아 있다. 시에서 진행하는 경관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용도지역을 제1종에서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해야 한다. 착공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단계인 실시계획인가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는 것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인은 1300억원이 조건상 아직 들어온 돈이 아니니 다른 방식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지에 대해 입증해 보려 했을 것이고, 삼부토건은 그 부분에서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규모 자금 확보 필요한데… 자금 조달처 찾기 어려워

적어도 매각 대금 수준인 1300억원 정도의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주가 조작 의혹까지 나오는 등 악재가 겹친 상황에 삼부토건에 자금을 지원해 줄 곳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민주당 의원들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핵심 관련자 이종호 전 블랙펄 인베스트먼트 대표가 포함된 ‘멋쟁 해병’이라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삼부 내일 체크하고’라는 말이 나온 뒤 주가가 올랐다며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관련 제보자인 김규현 변호사와 자신이 논의했다는 권선동 국민의힘 의원 주장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 의원은 "권 의원이야말로 왜 그토록 '이종호(블랙펄인베스트먼트 전 대표) 방탄'에 목매는지 밝혀야 한다"며 "혹시 삼부토건 때문이냐"고 말했다.

삼부토건은 올해 유상증자를 한 차례 진행했다. 올해 4월 진행한 120억원대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최대주주인 디와이디가 참여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지난 5월에는 71회차 CB의 담보물 변경, 콜옵션 변경 계약과 관련한 정정 공시가 나오기도 했다. 299억원 규모의 해당 CB는 2021년 최초 공시된 후 발행대상자 변경, 납입일 연기 등의 사유로 지난해 6월 말 판코리아 홀딩스가 CB 대금을 납입하기 전까지 10차례의 정정 공시를 거친 바 있다.

기존 투자자들은 이미 발을 빼고 있다.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7일까지 일부 저축은행과 증권사는 전환청구권 행사 및 청구주식 장내매도로 기존 10.45%였던 지분을 5.06%로 줄였다. 최대주주인 디와이디의 지분은 주가 하락에 반대매매를 당했다. 디와이디 지분은 지난 6월 말 기준 11.49%에서 이달 20일 3.48%로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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