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사전신고’ 강제한 법 조항은 위헌 아닌가?…헌법재판소 문 두드린 박경석 대표

김나연·유선희 기자 2024. 8. 22. 06: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지난해 7월18일 서울 종로4가 버스정류장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전장연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비폭력·불복종 버스행동’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대한민국 헌법 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못박고 있다. 다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누구나 집회를 열려면 사전에 관할 경찰서에 신고서를 내야(6조1항) 한다. 신고 없이 집회를 열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22조2항)에 처해질 수 있다. 헌법은 집회 허가제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헌법보다 하위인 법률은 신고 의무와 처벌 조항을 둔 것이다.

정부는집회·시위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공공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려 집회·시위에 관한 여러 절차와 규제를 마련했다. 헌법이 언론·출판 자유를 보장하면서 언론·출판에 관한 제도와 규제를 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집회·시위 절차와 규제 정도가 지나쳐 사실상 ‘집회 허가제’로 운용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집회 사전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토록 한 집시법 6조1항과 22조2항이 집회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은 자주 제기된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는 지난 5월 집시법 위반 항소심 재판에서 집시법 6조1항과 22조2항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집회 사전신고제에 대해 “공공의 안녕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자 집회 참가자와 반대자 사이 충돌방지 등을 위한 것”이라며 “신고제가 허가제에 준한다는 주장은 제도 운영에 대한 문제 제기에 불과할 뿐 조항 자체가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신청이 기각되자 지난달 15일 직접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박 대표는 사회에서 필요한 목소리가 질서유지라는 이름으로 자꾸 뒤로 밀리는 것은 막아야 한다면서 시민 기본권을 덜 침해하면서도 질서유지를 할 방안이 있다고 말한다. 주최 측에 집회 신고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질서를 크게 해칠 경우 정부가 집시법 5조와 20조에 따라 해산 요청·명령을 내리면 된다고 했다. 두 조항은 공공질서에 위협이 되는 집회는 자진 해산을 요청하거나 해산 명령을 내리도록 규정한다.

경찰이 집회 신고에서 과도한 정보를 요구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집시법 신고조항은 질서유지에 필요한 일시, 장소, 참가 예정 인원뿐 아니라 집회의 목적, 주최자·연락책임자, 질서유지인의 주소·성명·직업·연락처까지 모두 신고하도록 규정한다. 경찰이 신고서에서 요구하는 정보를 빠짐없이 적지 않으면 신고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박 대표 측을 대리하는 김두나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신고 의무를 유지하더라도 충돌 가능성이 적은 집회에는 예외를 두는 등 다른 입법 수단을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냈다”며 “특히 경찰이 요구하는 정보를 빠짐없이 제공하지 않으면 집회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집회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제한”이라고 말했다.

이미 헌재는 집시법 6조1항과 22조2항에 대해 다섯차례나 심리했다. 매번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위헌 의견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21년엔 헌법재판관 9명 중 4명이 “집회 진행 과정에서 집회 목적이나 성질 등이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해서 처음부터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기본권 보장 이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전체적으로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의사 표현 창구가 절실히 필요한 소수자 집단에는 집시법의 신고 조항이 더 치명적일 수 있다. 박 대표는 “시민권 보장에 대한 인식과 법 해석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박경석 대표는 계속 법원 문을 두드린다···‘집시법 위헌심판’ 신청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5221615001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