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더 KBO리그에 머무르는 두산 시라카와 “이렇게 오래 뛸 줄 전혀 생각 못 해…남은 경기 다 이긴다는 각오로”[스경X현장]
두산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23)는 처음 KBO리그에 발을 들일 때까지만해도 이렇게 오래 한국에 있을 줄 몰랐다.
시라카와는 21일 포항구장에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날 두산은 시라카와와의 연장 계약을 발표했다. 구단은 “시라카와와 140만엔에 15일간 계약을 연장했다”고 밝혔다.
기존 외국인 투수 브랜든 와델의 복귀가 생각보다 늦어지면서 두산과 시라카와의 동행이 더 길어졌다. 브랜든은 왼쪽 견갑하근 부분 손상으로 지난 6월 28일 재활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전력에서 빠졌다. 지난 3일에는 첫 불펜 투구를 하기도 했지만 다시 어깨 통증을 호소해 복귀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두산과 시라카와의 기존 계약은 20일 만료됐다. 이번 연장 계약으로 시라카와는 9월4일까지 두산 유니폼을 입고 뛴다. 한국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그만큼 길어졌다.
시라카와와 KBO리그의 인연은 지난 6월부터 이어졌다. 기존 외국인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가 좌측 내복사근 부상으로 6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옴에 따라 SSG는 2024시즌부터 외국인 선수가 시즌 중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할 경우 대체할 수 있는 ‘대체 외국인선수 영입 제도’를 활용하기로 했다.
올해 KBO리그는 기존 외국인 선수가 6주 이상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다칠 경우, 해당 선수를 재활 선수 명단에 등재하고 그 선수가 복귀할 때까지 대체 외국인 선수를 출장할 수 있게 하는 새 제도를 도입했다. 그리고 일본 독립리그를 중심으로 물색하다 시라카와와 계약을 했다.
시라카와는 6주간 SSG와 동행하면서 5경기 2승2패 평균자책 5.09를 기록했다.
SSG가 엘리아스를 택하면서 시라카와는 일본으로 돌아가야했지만 때마침 브랜든의 부상으로 대체 외인 투수가 필요했던 두산이 시라카와를 필요로 했다. 두산은 지난 7월10일 시라카와와의 계약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이번에 연장 계약까지 한 것이다. 이런 시간들이 지나다보니 무려 14주의 시간이 흘러왔다.
시라카와는 “선배나 동료들이 잘 챙겨주고 생활하는 것도 너무 즐겁게 하고 있다”며 “한국에 매운 음식이 많아서 먹을 수 있는게 한정적이지만 그거 말고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시라카와는 연장 계약을 한 소감으로는 “기간이 또 늘어났는데 그만큼 팀에 보탬이 되고 공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등판 내용이 좋아 기대감을 더 키웠다. 시라카와는 16일 KT전에서 8이닝 4안타 1사구 3삼진 무실점으로 KBO리그 입성 후 최고의 피칭을 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최근 경기에서도 좋았고 지금 피칭 내용이나 뭐든지 좋아지고 있는 상태”라며 “계속 던진다면 본인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시라카와도 “그 경기가 발판이 되어서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KT전을 마칠 때까지만해도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더 할지 안할 지는 내가 정할 수 없는 일”이라며 말을 아꼈던 시라카와는 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대체 외국인 선수 영입 제도가 처음으로 시행하는 제도이기도 했고 선례가 없다. 내가 목표로 하고 있는 일본프로야구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이 KBO리그에서 좀 더 나의 능력을 보여주는게 나을지, 아니면 일본에서 직접적으로 보여주는게 좋을지, 그런 부분에서 선례가 없어서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KBO리그에서의 시간은 일본프로야구 진출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시라카와는 “한국 생활에서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초반에는 많은 관중 앞에서 던지는게 조금 긴장도 되고 부담감들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들이 적응된 것만해도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제 남은 경기에서 호투를 펼치는게 팀은 물론 시라카와 본인에게도 좋은 일이다. 시라카와는 “마음같아서는 남은 경기를 다 이긴다는 생각으로 하고 싶다”며 “항상 말한 것처럼 팀에 공헌하는데 더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포항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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