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극장의 미래, 원금 절반밖에 못건질 판… 이지스 ‘대학로 CGV’ 펀드 만기 3년 연장 추진
이 기사는 2024년 8월 21일 15시 10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서울 종로구 ‘CGV대학로’ 건물과 토지에 투자한 펀드(이지스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299호·CGV대학로 펀드) 만기를 3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자산 매각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21일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CGV대학로 펀드는 다음 달 11일 수익자총회를 열기로 했다. 신탁계약 기간을 최초 설정일로부터 5년에서 8년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다. 현재 펀드 만기는 올해 10월 17일인데 2027년 10월 17일로 연장하는 것이 골자다.
수익자들이 일단 만기 연장에 찬성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재 평가 가치로 자산 매각이 이뤄지면 대출금을 갚고 남는 돈이 투자 원금의 47% 수준에 그쳐서다. CGV대학로 펀드 기준가는 지난 19일 기준 514.06원이다. 지난 2일 자산 재평가 내용이 반영되면서 기간수익률 기준 30% 넘게 빠졌다. 설정 때와 비교하면 39.4% 하락했다.
이 펀드는 CGV대학로 건물과 토지를 2019년 10월에 615억원에 샀다. 당시 공모자금 216억7000만원에 대출금 420억원을 더해 매매 대금과 부대 비용을 냈다. 지하 6층부터 지상 9층 규모의 건물을 모두 CGV가 사용 중이다. 펀드 설정 때는 우량 임차인을 확보한 자산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영화관 운영이 차질을 빚으면서 자산 가치가 깎였다. 이지스자산운용은 CGV와 2022년 1월부로 임대료 지급 방식을 바꿨다. 기존에는 고정 임대료였는데, 고정임대료를 줄이고 매출 수수료를 추가했다. 매출 수수료는 ‘유료 관람객 수 x 평균 티켓가격 x 수수료율’ 공식으로 산정한다. 그러면서 조건으로 변경 전 연간 고정임대료는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쉽게 말해 연간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임대료는 30억4000만원으로 고정된 반면, 영화관 관람객이 적으면 임대료가 줄어드는 구조가 됐다.
금리가 오르면서 비용 부담 역시 커졌다. CGV대학로 펀드는 2022년 10월부터 선순위 대출 기준 대출금리를 연 3%에서 연 5.5%(취급 수수료 1% 별도)로 올려줘야 했다. 펀드 배당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10월 한차례 대출 만기를 연장하면서, 올해 4월(9기 결산)부터는 이익분배금(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도 고통 분담 차원에서 2022년 10월부터 운용보수와 판매보수를 각각 연 0.2%, 0.5%에서 0.001%로 낮춘 만큼, 펀드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보다 매각에 속도를 내는 것이 유리하다. 문제는 2022년 7월과 2023년 5월 진행한 매각 입찰에 매수의향자가 한 곳도 나타나지 않을 만큼 영화관의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후 상시 매각을 진행 중이지만 잠재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영화관 업황이 예전만 못한 영향이 크다. 영화진흥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영화관 월평균 매출은 1037억원이다.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월평균 1595억원보다 35%가량 적을뿐더러, 지난해 월평균(1051억원)에도 못 미치고 있다. 영화업계는 영화관 매출 하락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펀드 만기가 연장되면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CGV대학로는 대학로 상권 유일의 멀티플렉스라는 희소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영화관 시장 회복, 시장 금리 하락, 대학로 상권 활성화 등 앞으로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면 현재보다 좋은 조건에서 매각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자총회를 통과하더라도 이지스자산운용이 넘어야 할 산이 더 있다. 당장 오는 10월 만기일 대출을 추가 연장해야 한다. 또 임차인인 CGV와의 임대차 계약 만료 시점도 2027년 6월로 펀드 만기보다 앞선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우선 수익자총회 후 대주, 임차인과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국내 리테일 시장이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지만, 자산 안정화와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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