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 잘따는 교수들만 손해?…이공계 학생 연구생활장려금 갈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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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공계 대학원생 처우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연구생활장려금 제도가 도입 막판까지 이해관계자 간 의견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초 연구생활장려금 제도를 운용하기 위해 매해 말 연구자가 적립한 인건비 잔액을 공용 재원화해 기관에 적립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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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공계 대학원생 처우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연구생활장려금 제도가 도입 막판까지 이해관계자 간 의견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학생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하는 당사자인 교수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 운영에 필요한 재원 일부를 교수들이 매년 비축하는 학생 인건비 잔액에서 충당하기로 하면서다. 교수들 사이에선 "열심히 수주한 연구 사업비를 다른 연구실 학생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이 뿐만이 아니다. 연구생활장려금과 관련한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그간 연구 활동이 저조했던 연구실들이 무리하게 연구사업 수주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질적인 연구 성과가 미흡한 연구실들이 인건비만 챙기게 되며 자칫 '예산 퍼주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21일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최근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안정적인 연구생활장려금 지원을 위한 제도설명회'에선 연구자들의 이같은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일명 '한국형 스타이펜드'라 불리는 연구생활장려금은 정부가 국가 R&D에 참여하는 이공계 석사 과정 대학원생에는 최소 80만원, 박사 과정생에는 110만원씩 매달 일정 금액 지원을 보장하는 제도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초 연구생활장려금 제도를 운용하기 위해 매해 말 연구자가 적립한 인건비 잔액을 공용 재원화해 기관에 적립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구생활장학금을 지원받으려는 대학은 연구비를 통합 관리하는 '기관 풀링제'를 반드시 운영하도록 해 더 많은 인건비 잔액이 기관으로 유입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같은 재원 마련 방식은 교수들의 연구 사업 수주 의욕을 저하시킬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방 소재 한 대학 교수는 "열심히 하는 연구실에서 돈을 걷어 연구 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는 연구실에 나눠준다는 것"이라며 "힘들게 사업을 따내던 교수들 사이에선 올해 인건비 잔액을 얼른 소진하고 내년에는 힘을 빼자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2024 국정감사 이슈분석' 보고서에서도 관련된 우려가 제기됐다. 보고서는 "학생인건비 적립금을 공유할 경우 '무임승차'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며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있으므로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과기정통부는 제도 시행 전까지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연구사업 수주 실적이 좋은 연구실에는 어떠한 혜택을 주고, 연구 활동이 미흡한 연구실에는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공계 연구자들의 뜨거운 감자가 된 연구생활장려금 제도는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첫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장관이 교수 출신인 만큼 이 제도와 관련한 교수들의 불만에 대해 아주 잘 알고 계신다"며 "일부 교수들에게 불합리한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점에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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