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정복된 새 규정들? 700개 뚝 떨어졌다..단 1년만에 막 내린 ‘도루의 시대’[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지난해 메이저리그를 혼란에 빠뜨린 새 규정도 1년만에 정복이 된 듯하다. '도루의 시대'가 단 1년만에 막을 내렸다.
지난해 메이저리그는 대혼란의 시대를 겪었다. 전격 도입된 새 규정이 리그를 뒤흔들었다. 피치클락의 도입, 베이스 크기의 확대, 견제 제한 등이 한꺼번에 도입됐다.
이는 어마어마한 결과로 이어졌다. 바로 도루의 급증이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는 무려 3,503개의 도루가 나왔다. 확장시대(1960-) 2위의 기록. 1위인 1987년에는 3,585개의 도루와 1,529개의 도루자가 기록된 반면 지난시즌에는 리그 전체 도루자가 단 866개에 불과했다.
규정이 '대놓고' 주자만을 보호했기에 생긴 일이었다. 처음 도입된 피치클락으로 투수들이 시간에 쫓기는 가운데 베이스의 크기는 커져서 주자가 뛰어야 할 거리는 줄어들었다. 그리고 견제구가 타석당 2개로 제한돼 효과적으로 주자를 묶어둘 수도 없었다. 역대 한 번도 76%에 도달하지 못했던 리그 도루 성공율은 지난해 무려 80.2%였다.
그 결과 주자들은 위험부담 없이 베이스를 훔칠 수 있었다. 지난시즌 전까지 시즌 최다 도루가 37개였던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ATL)는 숫자를 뒤집은 73도루를 달성하며 메이저리그 역사상 전무후무한 '40-70' 클럽을 개설했다. 코빈 캐롤(ARI)은 신인 최초 25홈런-50도루를 달성했고 30-30 클럽 가입자만 4명이었다. 20도루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무려 51명으로 2022년(24명)의 두 배 이상이었다. 20-20을 달성한 선수는 2022년 9명에서 2023년 19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올시즌 흐름은 전혀 다르다. 8월 21일(한국시간)까지 기록된 리그 총 도루는 2,745개. 지난해보다 수백 개가 줄어든 수치다. 아직 시즌 종료까지 한 달 정도가 남아있지만 한 달 동안 리그에서 도루 700개 이상이 나올 가능성은 0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총 실패는 757개. 성공율은 78.4%로 확장시대 2위지만 지난해 엄청나게 쏟아지던 도루의 기세는 크게 꺾였다고 볼 수 있다.
21일까지 시즌 20도루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총 31명. 17-19도루에 머물고 있는 선수들이 열 명 이상인 만큼 20도루 달성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지만 지난해처럼 50명 이상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20-20을 달성한 선수도 단 7명 뿐. 4-5명 정도 추가로 20-20 클럽에 가입할 후보들이 보이지만 지난해처럼 20명에 육박하기는 어렵다.
올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는 '스피드 업'의 허리띠를 더 조였다. 지난해 주자가 있을 때 20초였던 피치클락이 올해는 18초로 더 짧아졌다. 주자를 견제할 시간이 더 줄어든 것. 하지만 도루는 오히려 줄었고 도루 성공율도 낮아졌다.
지난해 7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한 아쿠나는 16도루에서 부상을 당했고 67도루를 성공시킨 에스테우리 루이즈(OAK)는 올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29경기에 출전해 5도루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54도루를 기록했던 캐롤은 올해 부진하며 도루가 절반(21개) 이하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전체 도루 'TOP 10'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 중 올해 도루가 늘어난 선수는 현재 도루 전체 1위인 엘리 데 라 크루즈(CIN, 35SB→59SB) 단 한 명 뿐이다.
지난해 아쿠나와 루이즈, 캐롤처럼 1루만 밟으면 '미친듯이' 뛰는 선수도 올해는 데 라 크루즈 한 명 정도 밖에 없다. 지난해 40번 이상 도루를 시도한 선수가 총 11명이었지만 올해는 5명 밖에 없다. 50번 이상 도루를 시도한 선수도 지난해 6명이었지만 올해는 데 라 크루즈 한 명 뿐이다.
도루 감소의 이유는 복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뛰어야 할 선수들이 부상 혹은 부진으로 뛰지 못한 것이 전체 도루 감소의 한 원인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지난해 지나치게 많이 달린 선수들이 체력적인 부담을 느껴 도루 시도 자체를 줄였을 수도 있고 새 규정을 한 시즌 경험한 투수들이 짧은 시간, 제한된 기회 내에서도 주자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을 수도 있다.
자동 고의사구, 연장전 승부치기 등과 마찬가지로 야구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꿀 것만 같았던 새 규정들이지만 단 한 시즌만에 완전히 리그에 녹아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남은 한 달 동안 빅리그에서 어떤 주루 기록들이 나올지 주목된다.(자료사진=엘리 데 라 크루즈)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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