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한국학교 ‘고시엔 100주년 우승’ 새 역사 도전

배준용 기자 2024. 8. 22.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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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국제고 창단 첫 결승행
감격에 얼싸안고, 뛰어오르고… -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21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준결승전에서 3대2로 아오모리야마다고를 누르고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교토국제고 야구부는 창단 25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일본 프로야구 지명 선수를 배출하는 등 새로운 야구 명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교도 연합뉴스

전교생 160명에 불과한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京都)국제고가 ‘고시엔’ 고교야구 대회 결승에 오르는 쾌거를 일궜다. 3년 전 4강에서 분루를 삼킨 아쉬움을 풀었고 야구부 창단 25년 만에 이룬 위업이다. 경기에 이긴 팀 교가를 부르는 관례에 따라 고시엔 야구장에선 교토국제고 한국어 교가가 다시 울려 퍼졌다.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아침 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

교토국제고는 21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고시엔야구장에서 열린 106회 ‘여름 고시엔’ 준결승에서 아오모리야마다고교에 3대2 역전승을 거뒀다. 고시엔(甲子園) 정식 명칭은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경기가 열리는 곳이 고시엔구장이라 그런 별칭으로 통한다.

교토국제고는 1회말 야마다고교에 2점을 먼저 내주고 5회까지 0-2로 끌려갔다. 하지만 6회초 잡은 1사 만루 기회를 잘 살려 2-2 동점을 만들고 이어 후속 타자가 투수 앞 땅볼을 친 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3-2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이번 대회에서 괴력투를 펼치는 2학년 좌완 에이스 니시무라 잇키가 상대 타선을 꽁꽁 묶어 승리를 결정지었다. 교토국제고는 오는 23일 결승에서 도쿄 소재 간토다이치(關東第一) 고교를 상대로 첫 우승에 도전한다. 간토다이치 역시 첫 결승 진출이다. 니시무라는 이번 고시엔에서 2차전과 8강전 연속 완봉승에 이어 이날도 5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23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야구장엔 교토국제고 학생과 학부모, 졸업생 등 1100여 명이 찾아와 열띤 응원전을 펼쳤고, 지역 예선에서 교토국제고에 패해 고시엔행이 좌절된 교토 세이쇼고교 야구부원들도 함께 지역 맞수를 성원했다.

교토국제고는 1999년 야구부를 만들었다. 원래 이 학교는 1947년 재일 교포 단체가 민족 교육을 위해 세운 교토조선중으로 시작했다. 1958년 교토한국학원으로 재편해 한국 정부 인가를 받았다. 1990년대 후반 학생 수가 70여 명까지 줄자 폐교를 막기 위해 야구부를 만들고 일본 학생들을 대거 받으면서 한일 연합 학교 겸 야구 특화 국제학교로 재탄생했다. 재학생 대부분이 야구부 또는 K팝 등 한국 문화에 대한 동경을 안고 입학했다고 알려졌다. 야구부원 61명은 거의 일본인이다. 국제학교로 전환했지만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 한국어 수업 시간이 가장 많고, 재학생들은 연 4~5회씩 한국을 방문한다. 일본 학생들이 한국어 교가를 불편하게 느끼지 않을까 우려해 바꿀까 고민했지만 설문 결과, “한국이 좋아서 입학했는데 왜 한국어 교가를 바꾸느냐”는 반응을 보여 한국어 교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여름 고시엔 대회는 일본 내 3700여 고교 야구팀 중 치열한 지역 예선을 거친 49개 학교가 올라와 자웅을 겨룬다. 75대1가량 경쟁률을 뚫어야 하기 때문에 고시엔 대회 참가 자체를 고교 야구 선수들은 꿈처럼 받아들인다. 교토국제고는 이번이 세 번째 고시엔. 지난 2021년 처음 여름 고시엔 본선에 올라 4강까지 진출했는데 3년 만에 다시 결승 진출을 이끌어냈다. 이번엔 1차전 7대3, 2차전 4대0, 3차전 4대0, 8강전 4대0 승리에 이어 준결승 3대2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준결승 전까지 4경기에선 모두 두 자릿수 안타를 쳐냈다.

교토국제고가 23일 결승마저 이겨 고시엔을 제패한다면 고시엔야구장 설립 100주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는 역사적 의미도 갖게 된다. 일본 언론들은 간토다이치고교와 교토국제고 대결에 대해 “옛 수도와 현 수도 승부” “유구한 일본 고교 야구 역사에서 현 수도 소재 팀과 옛 수도(교토) 소재 팀이 맞붙는 건 처음”이라는 반응이다. “한국 언론들이 교토국제고 한국어 교가가 고시엔 구장에서 연주되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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