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한 달 만에 '억대 잔고'…알고보니 가짜였다

CBS노컷뉴스 정성욱 기자 2024. 8. 22.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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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투자증권입니다. 정부와 주식시장 활성화 사업 중입니다."

자신을 '하이투자증권' 비서라고 소개한 A씨는 "정부와 주식 시장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종목 추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가 한 달 만에 올린 수익은 3억원.

A씨가 제공한 앱은 이들이 만든 가짜 앱이었고 수익 역시 실제가 아닌 숫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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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인 척 채팅방 초대 "정부와 주식 활성화 사업중"
급등주 추천하며 신뢰감 형성, 실제 수익도
"투자금 지원하겠다"며 앱 설치 권유…알고보니 '가짜 앱'
범행 늘어나지만…추적 쉽지 않아
이씨는 A씨 일당의 추천을 받아 3억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확인 결과 해당 앱은 가짜였다. 독자제공


"하이투자증권입니다. 정부와 주식시장 활성화 사업 중입니다."

지난 5월 이기형(가명)씨는 한 SNS 채팅방으로 초대됐다. 자신을 '하이투자증권' 비서라고 소개한 A씨는 "정부와 주식 시장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종목 추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A씨는 일부 주식을 추천했고, 이 중에는 10% 이상 수익이 발생한 종목도 있었다.

예상치 못한 수익에 A씨에 대한 신뢰가 생길 무렵, 채팅방에서는 '시너지 프로젝트'라는 이벤트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투자자의 주식 구매 금액에 따라 자신들이 투자금을 차등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이씨가 주식 5천만원어치를 사면 하이투자증권이 2500만원을, 1억원어치를 사면 7500만원을 무료로 지급해 주식을 구매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A씨는 하이투자증권 앱을 다운받을 수 있는 URL도 올렸다.

이씨는 의심없이 앱을 다운받은 뒤 5천만원을 입금했다. 이어 A씨의 지시에 따라 한 달가량 주식을 사고 팔았다. 이씨가 한 달 만에 올린 수익은 3억원. 투자가 성공하자 이씨는 2500만원을 더 입금했다.

하지만 이는 최근 유행하는 '리딩방 사기'였다. A씨가 제공한 앱은 이들이 만든 가짜 앱이었고 수익 역시 실제가 아닌 숫자에 불과했다.

A씨같은 리딩방 사기 일당은 증권 투자사 소속이라고 사칭하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한다. 이어 급등하는 종목을 추천해 신뢰감을 쌓고, 자신들이 만든 가짜앱을 설치하게 한 뒤 돈을 가로챈다.

이씨는 "처음에는 앱도 진짜처럼 문제가 없어 보였고, 수익도 너무 잘 나와서 정신이 나갔었던 것 같다"며 "지금 보면 정식 증권사 앱이 아니었고 수익도 저들이 직접 입력하는 숫자일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씨가 초대된 단체채팅방. A씨 일당이 고수익을 언급하며 주식 이벤트를 설명하고 있다. 독자제공

"정부가 용인…주식 반값 살 수 있는 청약해라"

A씨 등은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공모주 사기' 형태의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A씨는 이씨에게 대형 주식들을 절반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주식 청약'을 신청하라고 했다. 정부가 주식 활성화를 위해 용인했다고도 덧붙였다.

채팅방에 있던 일부 이용자들은 "1개 주라도 받고 싶다" "이번 청약을 위해 3억원을 준비했다"며 장단을 맞췄다.

이씨는 청약 신청 한 번만에 당첨됐고, 이씨 앞으로 2억 8천만원 상당의 청약주가 배당됐다. 문제는 돈이었다. 3억원에 가까운 돈을 마련할 수 없는 이씨가 청약을 거부하자, A씨는 청약주를 매수할 때까지는 주식 투자를 할 수 없다며 앱을 정지시켰다. 이어 채팅방에서 A씨를 퇴장시켰다. '가짜 돈'인 3억뿐 아니라 이씨가 실제로 투자한 7500만원도 돌려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씨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다. 경남 마산동부경찰서는 이씨가 사기 등 혐의로 신원불상인을 고소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이씨 사건 외에도 유사한 형태의 리딩방 사기 사건이 여러 건 접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접수된 투자 리딩방 신고 건수는 5천여 건에 달한다.

피해는 늘어나고 있지만 검거는 쉽지 않다. 대부분 대포폰이나 대포통장 등을 사용하고, SNS을 통해 비대면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추적이 어렵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확인할 계좌나 증거자료가 많은데 일일이 영장을 받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며 "그 사이 주범은 흔적을 지우고 잠적한 뒤 또다른 범행을 이어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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