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큐익스프레스만 빼낸다?…피해자들 "꼬리자르기"
유일한 '알짜' 큐익스프레스 독립 시 정산 문제 해결 요원
독립 시 야놀자가 큐익스프레스 새 주주로 합류할 가능성
피해자들 "구영배 지분으로 대금 지불 안 하나?" 반발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되는 큐익스프레스가 모기업 큐텐그룹에서 독립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피해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그룹 내 유일한 '알짜' 회사인 큐익스프레스가 독자경영에 나설 경우 큐텐그룹은 껍데기만 남게 되는데, 이럴 경우 티메프 피해자들이 정산을 받을 가능성은 더욱 요원해질 것으로 보인다.
독립 나선 큐익스프레스…구영배 지분 희석
22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큐익스프레스 재무투자자(FI)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교환사채(EB)와 전환사채(CB) 등을 대거 주식으로 바꿔 큐텐그룹으로부터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큐익스프레스는 싱가포르에 있는 글로벌 물류 업체로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해왔으나 최근 티메프 사태가 터지면서 중단했다.
현재 큐익스프레스는 큐텐그룹의 대표 회사인 '큐텐'과 구영배 대표가 각각 지분 약 66%와 29%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FI들이 권리를 행사해 주식 전환을 하면 구 대표의 지분은 5% 미만으로 희석돼 소수 주주가 된다.
이런 조치의 배경에는 큐익스프레스가 큐텐으로부터 받아야 할 물류대금 등이 남아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FI들은 이르면 이달 말 주식 전환을 마치고 국내외에서 새로운 전략적 투자자(SI)를 찾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금 밀린 야놀자, 2대 주주 등극?
일각에서는 야놀자가 큐익스프레스의 새로운 주주로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야놀자 측은 큐텐그룹으로부터 인터파크커머스 매각 대금 약 1680억원을 아직까지도 받지 못한 상태다. 야놀자가 큐익스프레스 주식을 매각 미수금에 대한 담보로 설정하고 있는 만큼, 이 권리를 행사하면 약 25%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면 지분이 30~40%대로 가장 많은 크레센도에 이어 2대 주주 자리에 오르게 된다.
야놀자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큐익스프레스 지분 전환과 관련해서 논의가 오가고 유력한 시나리오들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일단 지금은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야놀자도 큐익스프레스 만큼은 향후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티몬, 위메프 등 큐텐의 이커머스 기업들은 부채 문제가 많았지만, 큐익스프레스는 싱가포르 쪽에서 물류 사업도 잘하고 있는 알짜 회사인 것으로 알려져있다"고 말했다.
큐익스프레스는 앞서 지난달 26일 구 대표를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새 CEO로 마크 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선임했다.
피해자들 "구영배 지분으로 대금 지불 안 하나?"
그러나 큐익스프레스의 분리는 티메프 사태 피해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일단 큐익스프레스가 그룹에서 빠져나올 경우 구영배 대표가 보유한 지분을 활용해 자금을 융통할 가능성도 희박해져 사태 해결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한 피해자는 "큐익스프레스가 알짜배기인데, 분리 작업이 이뤄지면 구 대표가 보유한 큐익스프레스 지분을 매각해 대금을 지불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피해자 역시 "티몬과 위메프가 구체적인 변제 계획도 없이 돈을 빼돌릴 시간벌기만 하는 것 같다"며 큐익스프레스의 독립 시도는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했다.
실제 구 대표는 알짜배기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무리하게 큐텐그룹 내 이커머스 계열사들의 몸집을 불려왔다. 그 과정에서 결국 이번 미정산 사태가 벌어졌고 결국 티몬, 위메프, 그리고 인터파크 커머스 등 큐텐 계열사 이커머스 모두 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사업 재개는 고사하고 외부 투자 유치나 매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티메프 사태의 원흉이라고도 볼 수 있는 큐익스프레스가 제 살 길만 찾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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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기용 기자 kdrag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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