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고 살아가는 ‘열린 DMZ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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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색 자갈과 백색 자갈이 나뉘어 놓인 바닥.
재료는 같지만 서로 다른 색이 경계를 만든다.
부제인 회색지대는 비무장지대(DMZ)라는 장소의 특수성을 나타낸다.
전시에 참여한 12명의 작가는 32점의 작품을 통해 '닫힌 경계'이자 '이어지는 통로', 또 '살아가는 열린 장소'로 DMZ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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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각에 작가 12명 작품 32점 전시
흑색 자갈과 백색 자갈이 나뉘어 놓인 바닥. 재료는 같지만 서로 다른 색이 경계를 만든다. 하지만 그 위를 자유롭게 오가는 관람객들의 움직임은 극명했던 구분선을 서서히 흩트려 놓는다.
경기 파주임진각평화곤돌라 탑승장에 설치된 지비리(37) 작가의 ‘균열-회색지대’는 떨어져 있으면서도 연결되고자 하는 경계의 흐트러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부제인 회색지대는 비무장지대(DMZ)라는 장소의 특수성을 나타낸다.
지비리 작가의 작품처럼 고립된 공간이라고 여겨졌던 DMZ의 공간성을 새롭게 해석한 전시가 열린다. 경기 DMZ 오픈 페스티벌의 하나로 오는 30일부터 임진각 평화누리 일대에서 열리는 ‘DMZ 오픈 전시: 통로’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DMZ의 공간성을 확장한다. 통로가 된 DMZ는 멈춰 버리거나 잊힌 공간이 아니라 잇고 살아가는 공간으로 조명된다. 전시에 참여한 12명의 작가는 32점의 작품을 통해 ‘닫힌 경계’이자 ‘이어지는 통로’, 또 ‘살아가는 열린 장소’로 DMZ를 바라본다.
특정 장소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비교 연구해 온 나오미(42) 작가는 작품 ‘우리는 이 세상 밖으로 떨어질 수 없다’를 통해 임진강, 한강, 예성강이 만나 서해로 흐른다는 점에 주목한다. 또 단둥~신의주, 훈춘~나선 등 강을 경계로 한 접경지역에는 유사한 풍경이 펼쳐져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런 물결은 그의 작품에 사람, 동물, 역사적 사건과 함께 어우러진다. 노순택(53) 작가는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북의 북쪽 경계를 찍은 사진들을 ‘멀미’ 시리즈로 전시하며, 노원희(76) 작가는 황석영 작가의 소설 ‘바리데기’에 넣었던 삽화를 통해 탈북과 이민의 여정을 표현한다. 과거 볼링장이었던 갤러리그리브스에서는 박기진(49) 작가가 ‘평원_땅’이라는 작품을 통해 미군·북한군의 탱크 바퀴 자국에 모터를 달아 진동으로 표현한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는 11월 16일까지.
윤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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