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보건 향상"…유한양행, 창립 이념 천착해 증명해냈다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 대비 사망 위험 30%↓…"기념비적 사례" 극찬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을 주자.“
토종 제약사 유한양행의 창립자인 유일한 박사가 생전에 내세운 이념이다. 이런 철학이 이번 미국 FDA의 항암 신약 허가를 계기로 다시.회자되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 1926년 당시 의료 서비스조차 없었던 한국의 보건 향상을 위해 유 박사가 설립한 회사다. 창립 초기부터 국민의 건강과 행복 증진, 인류 보건 향상 기여를 기업 이념으로 삼고 의약품뿐만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동물약품 등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며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등 사회공헌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유 박사의 이념은 경영철학으로 깊숙이 투영됐다. 국가 보건 향상을 위해 '친인척 경영 배제'를 철저하게 지키고, 사장직은 한 번의 연임만 허용하며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등 전문경영인 시스템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한양행의 쾌거는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글로벌 기업 존슨앤존슨(J&J) 자회사 얀센이 개발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의 병용요법이다. 지난 19일(현지 시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비소세포폐암 1차 약물로써 허가를 받아냈다. 이는 국내 제약사가 항암 분야에서 해외로 기술을 수출해 허가까지 받아낸 첫 사례다.
폐암은 전 세계 암 사망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질환으로, 암 크기에 따라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구분된다. 폐암 환자 전체의 80~85%가 비소세포폐암으로 진단된다. 특히 암세포는 환자의 면역 체계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변이하는데, 폐암에서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EGFR) 변이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EGFR 변이는 비소세포폐암 진단을 받은 동양인에게 비교적 많이 발생한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는 EGFR 변이와 내성 효능에 따라 세대별로 나뉜다. 3세대 치료제는 1세대와 2세대 약물 사용 후 내성이 생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 대표적인 3세대 약물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로, 2015년 FDA로부터 먼저 승인받았다.
렉라자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을 대상으로 하는 3세대 약물이다. 폐암을 유발하는 암세포와 EGFR 변이 등을 표적으로 삼아 제거·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일부 환자에서 내성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기에, 이를 해결하고자 리브리반트와의 병용요법을 선택했다. 유한양행은 2018년 얀센에 렉라자의 글로벌 개발·판매 권리를 총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올해 2월에는 FDA 우선심사 대상에 지정되면서 승인이 가시화됐다. 우선심사는 질병 치료에 있어 효과나 안전성 등을 개선할 수 있는 의약품 승인 여부를 6개월 이내로 결정하는 제도다.
렉라자 병용요법이 FDA 허가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임상 3상 '마리포사(MARIPOSA)' 연구가 있었다. 마리포사 연구는 렉라자 병용요법을 타그리소 단독요법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병용요법이 타그리소보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위험을 30% 감소시켰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에 따르면, 질환이 진행되지 않고 환자가 사망하지 않는 기간인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23.7개월로, 타그리소보다 16.6개월 더 길었다. 또한 사라진 암세포가 재발하지 않는 기간인 반응 지속 기간(DOR)에서도 25.8개월로 나타나 타그리소보다 9개월 더 길었다.
이번 FDA 승인으로 유한양행의 수익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는 얀센으로부터 800억원 규모의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수령할 예정이다. 상업화 이후 판매액의 일정 금액을 받는 로열티는 별도로 지급된다. 자세한 로열티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10%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에서의 렉라자 단독 처방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1년 1월 국산 제31호 신약으로 승인받은 렉라자는 지난해 10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해 급여적정성을 인정받았고, 올해 1월부터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약 200억원 상당 처방액을 달성했으며, 연내 처방액 목표는 1000억원이다.
조욱제 유한양행 시장은 "이번 승인이 종착점이 아닌 하나의 통과점이 돼 연구개발(R&D) 개발 투자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혁신 신약 출시와 함께 유한양행의 '전세계 50위' 달성을 위한 초석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에 대한 증권가의 긍정적인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렉라자 병용요법의 FDA 승인은 국산 항암제 시장에서 기념비적인 사례로, 오랜 연구개발(R&D) 투자의 성과물"이라며 "마일스톤은 이르면 올 3분기 내로 수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로열티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수령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로부터 창출되는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향후 신약 파이프라인 강화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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