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은 금통위…금리 동결·성장률 전망치 유지할 듯
연간 성장률 전망치 2.5% 제시할 전망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8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2일 열린다. 금리 딜레마에 처한 한국은행이 현재 기준금리를 13회 연속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물가와 환율이 안정세에 들고, 내수 부진에 금리를 낮춰야 할 당위성은 높아졌지만, 수도권 집값 급등세가 금리 인하를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되는 경제 전망에서 한은 조사국은 내수 부진에도 수출 호조세가 성장을 견인하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과 같은 2.5%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유가 안정세에 종전(2.6%)보다 소폭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다수의 시장 전문가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13차례 연속 묶을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채권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90%는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넉달 연속 2%대를 이어가고, 미국의 9월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됐다. 이 영향으로 원·달러는 1300원대 초반으로 떨어지며 인하 환경에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동결 전망이 높게 점쳐지는 것은 한은의 금리 인하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운 집값이 잡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76% 상승해 상승폭은 2019년 12월(0.86%) 이후 가장 컸다. 수도권 집값은 0.4% 올라 전월(0.19%)보다 상승 폭이 더 커졌다. 지방을 포함한 전국 주택 가격은 0.15% 올라 전국이 부동산 투자 열기로 뜨거워지고 있다.
이 영향으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14일까지 4조2342억원 늘며, 지난달 증가액(7조660억원)을 위협하고 있다. 금통위가 금리를 낮췄다간 집값과 가계대출을 자극해 한은이 부동산 상승의 '원흉'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될 공산이 크다.
특히 정부가 이달 초 내놓은 '주택공급 확대 방안'과 9월 초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 영향을 비롯해 부동산 열기를 식힐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과 이에 따른 집값 영향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미국의 금리 움직임도 살펴봐야 한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100%다. 문제는 미국 경기 균열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며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하)과 빅컷(0.5%포인트 인하) 전망이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물가 불확실성도 한은의 인하 시도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넉달 연속 2%대를 기록했지만, 이상 기후에 따른 농산물 급등과 지역난방 요금 인상 등 물가 불안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중동 리스크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가와 환율 우려도 여전하다.
예상 밖 성장세로 경제를 부양해야 할 명분이 줄었다는 점도 금리 인하에 서두룰 필요성을 낮춘다. 2분기 성장률은 0.2% 역성장했지만, 1분기 1.3%의 깜짝 성장률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시각이 높다. 남은 분기동안 산술적으로 0.5~0.6%만 기록하면 연간 전망치 2.5% 달성이 충분하다.
관전 포인트는 소수의견 등장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는 9월이 기정사실화됐다. 한은 역시 10월에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면서 금통위가 금리 인하에 대한 힌트를 내놓을 것이란 의견이다. 9월에는 한은의 금리 결정 회의가 없다.
이런 가운데 한국형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서는 2월부터 4회 연속 '3개월 후 인하 가능성' 의견이 나왔다. 종전만해도 1명이던 의견은 7월에는 2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이들 중 한 명이라도 인하 결심을 굳히면 인하 소수의견으로 등장할 수 있다.
이창용 총재 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소수 의견과 '3개월 후 인하 가능성' 의견 등장은 금리 인하 기대를 높여 집값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잘못된 시그널로 주택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그런 정책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낮아지고, 환율이 떨어지면서 금리 인하 환경이 마련됐지만, 미국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데다, 국내에선 주택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등이 인하를 어렵게 한다"면서 "8월은 동결하고, 집값과 중동 리스크 등에 대해 우려할 것"이라고 봤다.
한편, 한은은 이번 금통위에서 수정 경제 전망을 내놓는다. 시장에서는 올해 성장률을 종전과 같은 2.5%로 제시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내수 부진에도 반도체 경기 개선세에 따른 수출 호조 영향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소폭 낮출 가능성이 거론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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