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이라도 더 싸게…'가을 꽃게 전쟁' 판 키우려는 대형마트들은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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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6시 30분, 충남 태안군 신진도항.
가을 꽃게 800kg을 실은 배가 저 멀리 모습을 드러내자 곽명엽 롯데마트·슈퍼 수산팀장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대형마트의 가을 꽃게 대전(大戰)이 시작됐다.
해마다 가을이면 좋은 꽃게를 많이 확보해 경쟁사보다 더 싸게 파려는 대형마트 간 전쟁이 펼쳐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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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3사 할인 행사 돌입
롯데마트 100g당 893원
이마트·홈플러스는 900원대
치열한 최저가 ‘눈치싸움’
휴~.
21일 오전 6시 30분, 충남 태안군 신진도항. 가을 꽃게 800kg을 실은 배가 저 멀리 모습을 드러내자 곽명엽 롯데마트·슈퍼 수산팀장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정은 이랬다. 이날은 금어기(6월 21일~8월 20일·禁漁期)를 마치고 꽃게 조업이 재개된 첫날이었다. 두 달 전부터 곽 팀장을 비롯한 수산팀 바이어들은 신진도항과 전북 부안군 격포항 등에서 살다시피 하며 선박을 찾아다녔다. 꽃게 물량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일찌감치 움직인 덕에 역대 가장 많은 30여 척과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금어기가 끝나자마자 태풍 종다리가 서해안을 덮친 것. 배들이 빈손으로 돌아올까 봐 그는 밤새 마음을 졸였다. 다행히 조업을 중단할 정도의 날씨는 아니었다. 꽃게잡이 선박들이 하나둘씩 입항했다.
가을 꽃게에 사활을 건 것은 이마트도 마찬가지였다. 전략의 핵심은 사전 계약을 맺은 선박 포트폴리오에서 자망 어선 비중을 최대한 늘리는 것. 자망 어선은 꽃게 떼가 지나가는 바다 길목에 그물을 치는 식으로 조업한다. 꽃게잡이 통발 어선보다 크기가 커 비, 바람 같은 기상 변화에 영향을 덜 받는 편이다. 물량 공급 측면에서 리스크가 적다는 의미다. 이에 이마트 바이어들은 금어기 동안 서해안 산지를 훑으며 자망 어선을 집중 접촉했다. 전략은 주효했다. 이마트는 이날 총 12톤(t) 꽃게 물량을 점포로 보냈다. 회사 관계자는 "금어기 해제 첫날 태풍으로 비상이 걸렸지만 대형마트 3개사 중 가장 많은 물량을 확보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형마트의 가을 꽃게 대전(大戰)이 시작됐다. 금어기 동안 충분한 영양을 섭취해 살이 꽉 찬 가을 꽃게는 마트의 대표적 효자 상품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금어기 해제 이후부터 10월 초까지 가을 꽃게 매출이 연간 꽃게 매출의 80%를 차지할 정도다. 연중 내내 판매되는 고등어, 오징어 등과 달리 제철에만 맛볼 수 있는 수산물이라 고객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끄는 모객 효과도 뛰어나다. 게다가 꽃게 같은 시즌 수산물은 산지 네트워크가 워낙 중요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이 쉽사리 뛰어들 수도 없는 분야다. 해마다 가을이면 좋은 꽃게를 많이 확보해 경쟁사보다 더 싸게 파려는 대형마트 간 전쟁이 펼쳐지는 이유다.
실제 이날 대형마트들은 대규모 꽃게 할인 행사를 예고했다. 가장 눈에 띄는 가격표를 내건 곳은 롯데마트다. 롯데마트는 22~28일 꽃게 100g당 893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최근 5년 동안 역대 최저가다. 보통 4인 가족이 한 끼 식사에 먹을 양인 꽃게 3kg(한 마리 200g 내외) 기준 2만7,000원 정도다. 이마트(100g당 950원)와 홈플러스(990원) 또한 3kg 기준 3만 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가격을 책정했다. 홈플러스는 당일 잡은 꽃게를 5도 이하 냉수에 담아 기절시킨 후 모래와 유사한 톱밥 속에 넣어 각 점포로 보내는 '냉수마찰 기절꽃게'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이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과거 이들 대형마트 빅3는 서로 업계 최저가를 내세우며 경쟁사 가격을 참조해 꽃게 가격을 10원씩 내리는 식으로 '10원 전쟁'을 펼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을 꽃게가 잡히는 8말 10초 시즌을 놓치면 이듬해 4월까지는 꽃게를 접할 수 없기에 식품 및 요식업계도 모두 꽃게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며 "절대적 가격 수준보다는 10월 초까지 꽃게 물량을 안정적으로 각 점포에 내보낼 수 있느냐가 꽃게 대전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3개사 모두 수산물 바이어들이 산지에 상주하며 조업 상황 등을 확인하며 급작스러운 물량 변동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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