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국가세력" vs "친일 공직금지" 상대를 지우려는 정치권...파시즘의 일란성 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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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의 극한 대결이 상대를 절멸해야 할 적으로 낙인찍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발언과 더불어민주당의 친일 인사 공직 임명 금지 추진 등이 대표적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반국가세력'과 '친일 밀정' (주장)은 다른 사람의 다른 생각을 부정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검열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앞세운 공포 마케팅이라는 점에서 파시즘의 일란성 쌍둥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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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친일 규제법에 "친중국은 왜 허용하나"
전문가 "정치적 이익을 앞세운 공포 마케팅"
여야 정치권의 극한 대결이 상대를 절멸해야 할 적으로 낙인찍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심지어 공권력까지 동원해 불이익을 주려는 움직임까지 감지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발언과 더불어민주당의 친일 인사 공직 임명 금지 추진 등이 대표적이다.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지만, 법을 다루는 정치인들이 이를 외면한 채 사회를 더 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통합에 방점을 찍어야 할 대통령이 분열에 앞장서
윤 대통령은 얼마 전 국무회의에서 "반국가세력이 암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권 2년 차인 지난해부터 윤 대통령은 '반국가세력'이란 표현을 써 논란이 되고 있다. 정확하게 누구를 지칭하는지 밝히지 않으면서, 통합에 방점을 찍어야 할 대통령이 되레 분열에 앞장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권에서는 이런 대통령의 분위기에 편승하면서 이를 확산시킨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친윤석열(친윤)계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YTN 라디오에서 반국가세력을 "겉으로는 국민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국가 안보를 흔들고 국민의 안위를 위협하는 세력"이라고 정의했다.
대상을 구체화하지 않은 채 최고 권력자가 '반국가세력'을 운운하게 되면 결국 권력에 대한 견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간첩을 몰아내자'고 말하면 문제가 없을 텐데 모호한 표현을 써서 '좌익 분자들이 암약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면서 "권위주의 시대에 반정부세력을 솎아내기 위한 공안몰이로 흐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반국가세력이 북한을 의미한다면 그렇게 명시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야당이나 86세대를 지칭하려던 것이라면 협치를 지향해야 할 대통령으로서 적절한 태도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친일 규제법에 "입법 만능주의에 빠진 것"
이에 맞선 민주당도 내심의 영역을 법으로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워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친일·반민족 행위를 찬양, 고무한 사람을 공공기관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하고 독도 영유권을 부정하고 훼손하는 행위도 처벌하도록 법제화하겠다"고예고했다. 같은 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독도 영유권 부정 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자의적 해석까지 내놓았다.
친일에 대한 역사적·정치적 평가를 넘어 법적 규제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은 위헌 소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친일의 기준은 무엇인지, 친일인지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 친일은 안 되고 친중국은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입법 취지에 일부 공감한다 해도 이런 과도한 제한을 가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최창렬 교수도 "뉴라이트 논란을 부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등 인선은 비판 받을 만하다"면서도 "그러나 친일 인사 임명 금지법을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로 입법 만능주의"라고 꼬집었다.
양극단의 경쟁에 매몰돼 자유민주주의 토대 위협
이런 현상을 두고 정치권이 갈수록 심화하는 양극단의 경쟁에 매몰된 나머지 자유민주주의 토대 자체를 위협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반국가세력'과 '친일 밀정' (주장)은 다른 사람의 다른 생각을 부정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검열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앞세운 공포 마케팅이라는 점에서 파시즘의 일란성 쌍둥이"라고 꼬집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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