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韓 R&D투자 성과, 놀랄만큼 저조”

최지원 기자 2024. 8.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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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권위 학술지 ‘네이처’ 평가
“대학 규제 심해 산업화 연결 안돼
막대한 투자 비해 가성비 낮아
예산 연속성-해외인재 유치 시급”
네이처 인덱스 한국 특집호 표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은 5.2%(2022년 기준)로 세계 2위지만 연구 성과는 세계 8위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는 22일 ‘네이처 인덱스’에서 “한국은 과학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성과는 놀라울 정도로 적다”고 평가했다. 네이처는 데이터를 활용해 각 국가의 R&D 영향력 및 경쟁력 등을 분석해 네이처 인덱스를 발표한다. 이번엔 한국을 집중 분석했다.

네이처는 한국 특집호에서 “한국은 과학기술 연구에 대한 가성비(bang for buck)가 낮은 나라”라고 지적했다. 네이처 인덱스에 따르면 2022년 국가별 GDP 대비 R&D 투자 비율은 이스라엘이 5.6%로 세계 1위며 한국은 5.2%로 2위다. 이어 미국(3.6%), 일본(3.4%), 독일(3.1%) 등 순이다. 주요 국가들 가운데 이스라엘과 한국만 5%가 넘는다.

한국의 연구 성과는 세계 8위에 그쳤다. 미국이 1위였고, 중국이 2위, 독일이 3위였다. 네이처는 국가별 R&D 경쟁력 및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성과 지표(셰어·Share)를 활용했다.

한국이 과학 분야에서 투입 대비 성과가 떨어지는 원인에 대해 ‘다양성의 부족’과 ‘학계와 산업계 간 선순환 고리가 약화됐다’는 점을 지목했다. 네이처는 “한국의 연구 성과가 세계에 알려지려면 다양성과 개방적 문화가 중요하다”며 “해외 인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한국 주요 대학들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심해 자율성이 부족하다”며 “규제로 인해 대학의 연구가 산업으로 제대로 흘러가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매년 R&D 예산부터 과제까지 수시로 바뀌니 돈은 돈대로 쓰고 과학계 성과는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며 “예산 및 과제의 연속성, 적극적 인재 확보 등 다양한 측면에서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韓, 학계와 산업계 선순환 구조 약해져… 여성 연구인력 23% 그쳐, 대표적 약점”

[투자 성과 못내는 한국 R&D]
“韓 R&D 성과 저조”
印, 13위→9위로 올라 韓 추격중
“韓, 학계-산업계 사이 벽 깨고… 해외 인재 한국에 남게 지원을”

과학 분야별 한국의 연구 성과 순위는 대체로 7∼8위 수준이었다. 가장 좋은 성적을 얻은 분야는 물리학으로 중국, 미국, 독일, 영국, 일본에 이어 6위였다. 반면 건강 과학 분야에서는 14위에 그쳤다.

네이처 인덱스에서 중국과 인도의 성과는 특히 두드러졌다. 중국은 지난해 처음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인도는 2020년 세계 13위였으나 지난해 9위까지 올라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네이처는 올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도 내 연구 기관이 증가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지난 10년간 대학 수가 752개에서 1016개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네이처는 일본과 비교해 한국을 꼬집기도 했다. 네이처는 “이미 노벨상 수상자 20여 명을 배출한 일본의 경우 수십 년에 걸쳐 하나의 주제를 연구한다”면서 “반면 한국에서는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꾸준한 투자를 해야 학계 및 사회에 영향력이 큰 혁신 연구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여성 과학자 비중이 지나치게 낮은 점도 지적했다. 네이처는 “2022년 기준 한국의 여성 연구인력은 전체 인력의 23%에 불과하다”면서 “이런 현상이 한국의 가장 두드러진 약점”이라고 했다. 또 “10억 원 이상의 대형 과학 프로젝트를 맡는 남성 연구자는 1100명인데 여성은 70명에 머물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졸업 직후에는 남성과 비슷한 비율로 과학계에 취업하지만 30∼50대까지는 남성에 비해 30%가량 낮은 취업률을 보인다는 문제점도 언급했다.

한국 과학계 경쟁력을 높일 방안으로 우선 학계와 산업계를 연결할 것을 조언했다. 네이처는 “과거 한국은 국가 (과학)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에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과학계와 산업계를 연결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과학계와 산업계 간 긴밀한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송세경 전 KAIST 산학협력중점교수(한국생성AI파운데이션 회장)는 “학계와 산업 사이에는 철옹성 같은 장벽이 있다”며 “교수 창업이 많이 늘고 있지만 창업 겸직이 허용되는 기간은 3년 정도로 매우 짧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네이처는 또 “한국이 더 많은 국제협력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해외 인재 유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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