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희망이 돌아온다… 무엇이든 해야”
美 민주당 전당대회 르포… 미셸 “마이걸 해리스” 친밀감 드러내
오바마 “트럼프 속편, 더 나쁜걸 알아… 미국 위한 싸움은 우리 모두의 몫”
2만여 대의원-지지층 환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의 연설자로 등장했다. 하와이주에서 태어났지만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을 지낸 후 백악관 주인으로 직행했던 그가 오랜만에 ‘정치적 고향’ 시카고에 나타나자 약 2만 명의 민주당 대의원과 지지층이 열광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7년 1월 자신의 대국민 고별 연설도 시카고에서 했을 만큼 시카고를 특별하게 생각한다.
먼저 연설한 부인 미셸 여사는 남편을 “‘희망(hope)’을 알고 있는 사람, 평생을 민주주의 강화에 바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연단에 오른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셸 여사와 포옹했다. 약 5분간 기립박수와 환호가 이어진 후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셸 오바마 바로 뒤에 연설하는 나는 멍청한(stupid) 사람”이라며 웃었다. 또 “미국은 새로운 장을 열 준비가 돼 있다. 카멀라 해리스를 대통령으로 맞이하자”고 외쳤다.
이날 부부는 한목소리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아닌 해리스 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이겨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오바마 “미국을 위한 싸움은 우리 몫”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나는 불타오르고 있다(fired up). 나는 준비됐다(ready to go)”며 연설을 시작했다. ‘불타오르고 있다. 준비됐다’는 ‘예스 위 캔(Yes we can·우리는 할 수 있다)’과 함께 2008년 대선 당시 자신이 썼던 구호다. 당시만 해도 인지도가 낮았던 초선 상원의원을 미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만든 구호를 사용해 해리스 부통령을 미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촉구한 셈이다.
그는 “이제 횃불은 전달됐다. 미국을 위해 싸우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라며 트럼프 후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78세 억만장자인 트럼프 후보가 음모론 등에 집착하고 있다며 “4년간의 ‘허풍과 혼란’(트럼프 집권기)이 필요하지 않다. 이미 트럼프의 영화를 봤고 ‘속편’(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은 더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외쳤다.
자신의 부통령이었으며 지난달 21일 대선 후보직을 자진 사퇴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치하했다. 그는 “역사는 바이든을 민주주의를 수호한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참석자들은 “우리는 바이든을 사랑한다(We love Joe)”고 외쳤다.
● 명연설 제조기 미셸 “미국의 희망이 돌아오고 있다”
이날 연설에서 미셸 여사는 “미국이여, 희망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America, hope is making a comeback)”며 해리스 부통령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Do something)”고 촉구했다. 또 “해리스는 대통령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 이상을 갖춘 사람이며 ‘아메리칸드림’을 실현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미셸 여사는 이날 해리스 부통령을 “마이 걸(my girl) 해리스”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해리스 부통령이 샌프란시스코 검사장으로 재직하던 2004년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상원의원 선거를 지원하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셸 여사는 또 “우리가 마음속에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일어나야 할 때”라며 거듭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미셸 여사는 2016년 대선 때도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트럼프 후보를 비판하는 연설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그는 “그들이 저급하게 갈 때,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When they go low, we go high)”란 말로 큰 호평을 얻었다.
시카고=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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