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성과 재촉하는 韓, mRNA 백신 같은 ‘빅스텝 혁신’ 어려워”

최지원 기자 2024. 8. 22. 03: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에서는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연구가 부족하다. 한 나라의 과학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이런 혁신 연구다."

'한 가지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가지는 것'과 '여러 분야에서 고르게 잘하는 것' 중 한국의 과학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캠벨 부사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빅 퀘스천(big question)을 해결하려면 어떤 특정 연구를 깊이 있게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뛰어난 연구자들이 있어야 하고, 특정 분야에 정통한 수준 높은 연구자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투자 성과 못내는 한국 R&D]
‘네이처’ 정책최고담당자 인터뷰
성과 기다려주는 인내심 중요… ‘고수익 고위험’ 패러다임 전환을
10개 연구 중 1개는 엄청난 결과… 독창성 등 감안 평가체계 필요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닉 캠벨 스프링거 네이처 정책최고담당자가 한국의 연구개발(R&D) 성과와 관련해 “논문 수 등으로 평가하다 보니 ‘혁신적 연구’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한국에서는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연구가 부족하다. 한 나라의 과학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이런 혁신 연구다.”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만난 닉 캠벨 스프링거 네이처 정책최고담당자(부사장)는 한국의 과학 역량 중 가장 부족한 것으로 ‘혁신’을 꼽았다. 스프링거 네이처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 학술지 ‘네이처’를 발행하는 회사로 세계 과학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캠벨 부사장은 한국의 혁신 연구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투자뿐 아니라 성과를 기다려 줄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성과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체계도 필수”라고 조언했다.

●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의 연구 해야”

그는 네이처가 주관하는 ‘스프링거 네이처 한국 연구 자문 포럼(KRAF)’ 참석차 방한했다. 각국의 연구성과 평가 방식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자리다.

한국의 과학 경쟁력에 대해 “자연과학 분야에선 잘하는데 다른 나라에 비해 성과가 잘 나오고 있진 않다”며 “여러 방면에서 고르게 성과를 내는 스위스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은 아직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 이에 대해 캠벨 부사장은 “노벨상은 혁신적이고 장기적인 연구에 수여되는 경우가 많다”며 “‘고위험 고수익(high risk-high return)’ 연구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스몰 스텝이 아니라 빅 스텝을 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평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연구를 어떤 지표로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세계적으로 연구성과 평가가 질적 평가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의 ‘리서치 엑설런스 프레임워크(REF)’ 평가 방식을 소개했다. REF는 경제, 사회, 대중에 미치는 영향을 광범위하게 평가하는데 특히 연구의 독창성, 무결성(데이터의 정확성과 일관성) 등을 중요하게 본다. 캠벨 부사장은 “연구마다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 “10개 연구 중 1개는 엄청난 결과 낼 것”

그는 한국 과학계에 “정확한 답은 없지만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프로젝트를 선정해서 10개 정도 해 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10개 연구 프로젝트 가운데 1개는 엄청난 결과를 낸다”며 “코로나19 백신을 만든 메신저리보핵산(mRNA) 연구가 단적인 예”라고 했다. 2020년 mRNA 백신이 상용화됐고, 그 백신을 만든 커리코 커털린 바이오엔테크 수석 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캠벨 부사장은 “10개 중 어떤 연구가 성공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중 한 개는 반드시 영향력이 큰 연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가지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가지는 것’과 ‘여러 분야에서 고르게 잘하는 것’ 중 한국의 과학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캠벨 부사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빅 퀘스천(big question)을 해결하려면 어떤 특정 연구를 깊이 있게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뛰어난 연구자들이 있어야 하고, 특정 분야에 정통한 수준 높은 연구자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중국이 빠른 시간 안에 과학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엄청난 돈을 투자했고 인력을 키웠다. 국제 협력에도 집중했다”며 “중국 과학계가 국제화되고, 중요성이 높은 연구에 집중하면서 급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