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믿는 구석
이홍렬 기자 2024. 8. 22. 00:31
본선 24강전 제4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이창석 九단 / 黑 구쯔하오 九단 흑>
白 이창석 九단 / 黑 구쯔하오 九단 흑>
<제9보>(107~118)=구쯔하오는 지난해 9월 이후 합계 6개월간 중국 랭킹 1위에 올랐다. 56개월째 한국 1위를 지키는 신진서에 비하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매달 1인자가 바뀌는 중국에선 가장 뛰어난 실적이다. 최근 13개월간 1위 등정 횟수 2위를 기록한 커제(4회)보다 두 달이나 많다. 군웅할거의 중국 바둑계를 통일할 주인공은 아직 베일 뒤에 숨어있다.
백이 △로 건너붙인 장면. 자주 애용되는 끊음의 맥이다. 114까지 흑 대마가 분단되면서 하변 흑돌들이 뭉텅이로 떨어져 나갔다. 113으론 참고도 1로 이어 아래쪽 대마를 연결해 가야 했다. 위쪽 대마는 3으로 두 눈을 내고 근근이 살 수 있다. 이 그림도 흑의 피해가 막심하지만 그래도 실전 진행보다는 나았다.
흑이 실전 진행을 택한 것은 나름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115, 117의 수단을 노린 것. 백이 ‘가’에 두면 흑 ‘나’, 백 ‘다’로 넘겨준다. 계속해서 ▲와 ‘라’ 선수 교환 후 흑도 ‘마’로 연결, 우상 일대 백 대마를 섬멸한다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 수읽기는 118이란 기막힌 묘수를 간과했다. 이 바둑의 승패를 가름한 118의 정체를 다음 보에서 해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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