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치계의 ‘퍼스트 레이디’… 레이첼 배리 단독 인터뷰 [김지호의 위스키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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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할머니께서 약으로 타 주신 핫토디로 위스키에 입문한 레이첼 배리(Rachel Barrie, 55세). 그는 현재 스카치 업계에서 ‘퍼스트 레이디’로 불리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여성 마스터 블렌더입니다.
화학을 전공한 레이첼 배리는 2003년 마스터 블렌더라는 타이틀을 얻고 2018년에는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명예 박사 학위를 받은 여성 최초의 마스터 블렌더입니다. 같은 해 위스키 명예의 전당까지 입성한 레이첼은 글렌모렌지, 아드벡, 보모어 등 이름만 들어도 굵직한 증류소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습니다.
레이첼은 2017년부터 ‘브라운포맨’ 산하에 있는 글렌드로낙, 벤리악, 글렌글라사 증류소의 사령탑 자리를 굳게 지키며 위스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연간 4000통 이상, 33년 동안 17만 개 이상의 오크통을 다루고 샘플링한 레이첼의 열정은 여전히 멈출 줄을 몰랐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난 레이첼. 밥 먹는 시간까지 쪼개가며 인터뷰에 응한 레이첼은 대화 내내 웃음을 잃지 않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냈습니다.
-한국 방문은 올해만 두 번째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번 방한의 목적이 궁금합니다.
실은 벌써 3번째에요. 브라운포맨으로 이직한 직후, 사업차 잠깐 들렀었죠. 최근 5년 동안 위스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열정이 눈에 띄게 커졌어요. 이번에는 글랜드로낙의 새로운 미래에 대해 공유하고 알리기 위해 왔습니다.
-여성이 흔치 않던 시절에 위스키 업계에 진입하셨어요.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저는 글렌드로낙 증류소 인근에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아버지도 위스키 애호가였어요. 집에서 위스키는 일상이었고 저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대학교 때는 여러 증류소의 미니어처 병을 사서 마셔보곤 했어요. 사실 이때부터 이미 위스키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저는 싱글몰트의 다양성이 흥미로웠고 좀 더 깊이 알고 싶었어요.
때마침 스카치위스키 연구소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공고문을 발견했어요. 심지어 채용 마지막 날이었어요. 그때 직관적으로 느꼈죠. 평소 즐겼던 취미와 대학교 때 전공했던 화학이 비로소 합쳐져 빛을 발할 때라는 것을.
-레이첼에게 위스키란?
위스키는 제 인생과도 같아요. 제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저는 대략 17만 개의 오크통을 다루고 샘플링 작업을 했어요. 저는 위스키로부터 인생을 배웠고 위스키도 저를 통해 배운 게 있으리라 믿어요.
저에게 위스키는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연결고리와도 같아요. 위스키라는 매개체가 국가 간의 문화적 차이나 벽을 허물고 하나로 연결해주는 셈이죠. 여러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해하는 것 또한 제 삶의 일부입니다.
-마스터 블렌더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
일단 뛰어난 후각을 가져야 해요. 물론 후천적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지만 타고난 게 크다고 생각해요. 끊임없는 호기심과 배우려고 하는 마음가짐. 또 위스키의 풍미, 음식의 다양한 맛들을 충분히 이해하는 능력도 매우 중요해요.
위스키 포트폴리오를 만들 줄 아는 기획 능력. 다양한 사람과의 소통과 협업. 마스터 블렌더라면 분석적이고 사교적이야 일이 잘 풀린다고 생각해요.
-글렌모렌지, 아드벡, 보모어 등 여러 굵직한 증류소에서 시간을 보내셨어요. 브라운포맨으로 이직을 결심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브라운포맨에서 먼저 제안을 해왔습니다. 저에게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고요. 저는 스코틀랜드 전역을 누비며 다양한 증류소에서 일을 해왔습니다. 아일라섬도 예외는 아니지요. 글렌드로낙, 벤리악, 글렌글라사가 있는 곳은 제 고향이나 다름없어요. 글렌드로낙을 제일 좋아하는 아버지와 가족들이 사는 곳이기도 하고요. 제가 나고 자란 곳에서 일할 기회가 찾아온 셈이죠.
저는 글렌글라사 인근에 있는 샌덴드 해변에서 아버지로부터 서핑을 배웠고, 벤리악 상공에서 비행기를 타고 활강하는 법을 알게 됐습니다. 글렌드로낙은 제가 현재 사는 집에서 가장 가깝고요. 제 인생의 뿌리와 같은 곳들입니다.
-스페이사이드, 아일라, 로우랜드 등 지역별 증류소가 가진 오크통이나 스피릿의 특징이 전부 달랐을 거 같아요. 갑자기 낯선 증류소 3곳을 담당하게 됐는데, 적응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숫자 3은 완벽한 숫자예요. 3이라는 숫자는 저에게 충분한 ‘깊이와 호흡(Breath and Depth)’을 제공합니다. 성격이 다른 3개 증류소는 상호보완작용을 하고 있어요. 증류소 간 거리도 대부분 30마일 이내로 매우 가깝습니다. 이는 마치 산과 계곡, 바다를 모두 가진 기분이에요. 누군가는 산과 바다를 보기 위해 먼 여정을 떠나겠지만, 저는 증류소만 돌아도 모든 게 해결되는 셈이죠.
제 내면에 깔린 다양성을 표출할 기회이기도 했어요. 글렌드로낙은 심연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고 벤리악은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곳입니다. 글렌글라사는 자연의 영향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에요. 광활한 바다와 육지, 자연의 세계로 저를 안내해주는 곳이죠.
-피트에 대한 애정 없이는 아드벡 ‘우거다일’ 같은 제품이 탄생하기 어려웠을 거 같아요. 지금까지 수많은 위스키 애호가들이 즐겨 마시는 위스키 중 하나죠. 만약 피트와 셰리 둘 중 한 가지만 선택해야 한다면?
셰리(웃음). 피트를 사랑하긴 하지만 가끔 ‘날 서 있는 성격’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요. 저는 피트 그 이상의 것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셰리는 페드로 히메네스예요. 셰리의 왕으로 불리기도 하죠. 페드로 히메네스만이 갖는 다채로운 풍미와 질감, 밸런스, 달콤함은 대체하기가 어려워요. 특히 글렌드로낙 증류소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현재 위스키 업계에서 제가 가장 많은 페드로 히메네스 셰리 오크통을 구매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고요.
◇위스키 만드는 비법
-총 3개 증류소의 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에만 집중해도 어려운 게 마스터 블렌더 자리로 알고 있어요. 모든 제품에 일관성 있는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있나요?
물론 모든 것을 혼자 할 수는 없어요. 증류소마다 숙련되고 잘 훈련된 팀이 있어요. 저를 포함해 모두가 증류된 원액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특징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스피릿의 태초부터 오크통에 들어가기 전까지 모든 일련의 과정을 기록하고 관찰하고 있습니다.
현재 매년 3천~4천 개의 오크통을 샘플링하고 있어요. 끊임없는 분석과 관심. 숙성 과정에서 변하는 풍미, 위스키의 색까지도 추적하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황금 기준’값을 높게 설정합니다. 저는 물론이고 팀 모두의 승인이 있어야만 위스키가 병에 담긴다고 보시면 됩니다.
가끔 오크통의 특징이나 자연적인 변수에 의해 예상했던 결괏값이 안 나타나기도 합니다. 저희는 이러한 변수까지도 인지하고 기록하고 또 제어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자료고 유산이 될 것입니다.
-화학자 출신으로서 가장 재밌었던 실험. 스피릿을 오크통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숙성시켰다든지, 스스로 이건 좀 선을 넘었다 싶은 순간들은 없었나요?
모든 위스키는 스카치위스키 협회의 기준에 부합하게 만들어집니다. 그래야만 스카치로서 인정받을 수가 있어요. 규정들이 생기기 전에는 다양한 나무를 활용해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본 적이 있어요. 하지만 금세 오크(Oak: 참나무)만 한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오크 특유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맛을 대체할 수 있는 나무가 없었던 것이죠. 간혹 몇몇 증류소들이 색다른 시도를 하려는 게 보입니다. 그들도 조만간 오크통만한 결괏값을 낼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물론 세상에는 늘 변수가 존재하고 놀라운 결과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2020년 말부터 벤리악 증류소의 새로운 포트폴리오에 대해 고민해왔어요. 마르셀라, 버진, 포트, 버번, 셰리 오크 등 전부 훌륭하지만, 벤리악에서는 각각의 특징들이 섞였을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고 생각해요. 복합적인 레이어가 잘 입혀지는 게 벤리악 스피릿의 특징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토카이 오크통의 경우 너무 1차원적인 맛 때문에 복합 미를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현재는 신갈나무(몽골에서 유래한 참나무), 미즈나라, 콜롬비아, 그리스 오크 등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어요. 아직은 실험 단계라 재밌는 결과가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언제나 분석적이고 과학적으로 위스키에 접근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위스키를 만들 때 어디까지가 과학이고 어디서부터 우연의 영역인지.
과학은 목표를 향해 빠르게 갈 수 있는 지름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여러 시행착오 끝에 뜻밖의 유레카 순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이전에 과학적 토대와 아이디어가 있어야만 결과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증류를 위해서는 과학을 이해해야 합니다. 오크통 숙성도 과학의 영역입니다. 여러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 경험치가 쌓이는 동시에 수많은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됩니다. 위스키의 풍미, 오크통의 변화, 사람들이 위스키를 수용하는 방식까지도요. 과학은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원하는 결괏값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줄 것입니다. 위스키 생산 과정에서 과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마스터 디스틸러라면 최소 3년 길게는 30년 후를 예측해야 합니다. 위스키를 만들 때 어디에 기준점을 두시는지 궁금합니다. 내 취향을 대중에게 관철하는 쪽인지 아니면 대중의 입맛을 반영하는 것인지.
저는 미각이 아주 예민한 편이에요. 특히 쓴맛과 황(黃) 노트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저희는 위스키를 만들 때 굉장히 엄격한 기준을 설정합니다. 위스키 애호가 중에 ‘절대미각’을 가진 사람들도 존재하기 때문이죠. 그들의 입맛까지 고려하려면 맛에 대한 기준을 높게 설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중간한 맛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수천 명의 사람들과 테이스팅 노트를 공유하며, 이해하고 또 그들의 감각 능력을 관찰해왔어요. 사람마다 맛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다릅니다. 똑같은 맛도 개개인이 살아온 환경이나 경험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는 것이죠. 위스키 생산자로서 대중의 취향은 고려 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제 취향대로 위스키를 만들기도 합니다.
샌드엔드 해변을 거닐며 머릿속으로 버번과 만자이나 오크통을 조합한 적이 있어요. 복합적인 열대 과일 맛을 상상하면서요. 저는 제가 느낀 기분을 그대로 위스키에 담고 싶었어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제가 해변에서 느낀 감정들을 똑같이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죠. 상상은 현실이 됐고 ‘샌드엔드’라는 제품이 탄생했어요. 이후 미국의 저명한 위스키 매거진 ‘Whisky Advocate‘에서 2023년 최고의 위스키라는 타이틀을 수상한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던 거 같아요.
-사진에서 흔히 뺄셈의 미학이라는 표현을 써요. 너무 설명적이어도 재미가 반감되는 것이죠. 위스키는 조금 다른 거 같아요. 복합적인 맛을 낼수록 사람들의 관심도 커진다고 생각해요. 평소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위스키는 어떤 것인지.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위스키는 예술 작품과도 같아요. 시시각각 보는 빛과 환경에 따라 변하는 예술 작품이요. 1차원적이지 않고 다차원적인, 복합적인 레이어를 가진 특색있고 밸런스 좋은 위스키를 만들고 싶어요. 언제 어디서나 즐거움과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위스키.
벤리악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벤리악은 다양한 풍미를 입히기 좋은 스피릿을 가지고 있어요. 여러 오크통을 사용함으로써 맛에 다양한 레이어층을 쌓아 나가는 데 최적화된 원액인 셈이죠. 빈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 나가는 것과 비슷해요. 벤리악 12년은 버번과 셰리, 포트 총 3가지 오크통을 사용했어요. 누군가는 포트와인에서 오는 검붉은 과일 계열의 맛을 느꼈을 것이고 누군가는 셰리에서 오는 모카 맛을 집중적으로 느꼈을 수도 있어요. 사람마다 가진 고유의 능력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게 하는 것이죠.
-위스키를 조합할때 머릿속으로 원하는 좋은 맛들을 추가하는 방식인지 혹은 오프 노트(안 좋은 맛)를 최대한 제거하면서 밸런스를 맞춰가는 방식인지.
제가 이직을 결심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 저는 세 증류소 모두 그 어떤 오프 노트도 찾을 수 없었어요. 갓 나온 스피릿부터 숙성고에 있는 오크통까지도요.
과거에 셰리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황 냄새로 고생을 좀 했어요. 저는 위스키 평론가인 짐 머레이와도 같이 일한 적이 있습니다. 황에 굉장히 민감한 사람이었죠. 아무리 좋은 위스키도 황 노트가 발견되면 점수를 20점씩 깎았던 사람입니다. 저도 품질 관리 면에서 그와 결을 같이 하고 있어요. 황 노트가 위스키에서 나타날 수 있는 약간의 가능성조차 주지 않고 있는 셈이죠.
-오프 노트가 전혀 없다는 게 놀랍습니다. 양질의 오크통을 수급받고 있다는 이야기로 들려요. 그만큼 브라운포맨이 아낌없이 오크통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될까요?
저희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셰리 오크통을 가져오고 있어요. 셰리 위원회의 이야기에 따르면 브라운포맨과 제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페드로 히메네스 오크통을 소비하고 있다고 해요. 오크통의 최초 숙성 단계부터 품질이 보장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최근 일부 공급업체들의 버번 오크통 수급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브라운포맨의 적극적인 투자 덕분에 오크통 부족 현상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셰리 명가, 글렌드로낙
-맥캘란, 글렌파클라스, 글렌드로낙.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셰리 명가들입니다. 글렌드로낙이 다른 셰리 증류소와 차별화되는 점에 대해서.
글렌드로낙은 굉장히 탄탄한 정통 하이랜드 스타일의 위스키입니다. 갓 증류한 스피릿부터 그 성격이 다릅니다. 나무 워시백(washbag: 발효조), 색소폰 형태의 증류기와 과학이 만나 완성된 맛이죠. 자두나 포도 같은 짙은 과일 맛과 두꺼운 바디감이 특징입니다. 워낙 바디감이 두껍고 강해서 자칫 담배 노트까지 느껴질 정도니깐요. 거기에 페드로 히메네스 오크통이 더해져 달콤하고 관능적인, 긴 피니시를 가진 제품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1970년~1980년대 위스키가 추앙받고 있습니다. 어느 시대 위스키를 재연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는지.
1968년 글렌드로낙, 1965년 글렌글라사, 벤리악 1966년. 숙성고에서 아직 잠들어 있는 친구들입니다. 지금까지 1960년대 위스키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고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과거와 현재를 비교할 수 있는 확실한 지표가 생긴 셈이죠.
정통을 고집하는 증류소도 60년대 위스키 제조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제품 비교군도 부족할 뿐더러 대부분 여러 가지 조건들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글랜드로낙은 예나 지금이나 바뀐 게 없습니다. 과거 위스키를 재연할 수 있는 비교군도 충분하고요. 덕분에 하이랜드 특유의 두꺼운 바디감과 단단한 위스키 풍미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죠.
현재 글랜드로낙 증류소 확장공사를 하고 있어요. 기존에 쓰던 워시백이나 증류기 형태 모든 것을 원형대로 유지한 채로요. 꾸준히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것도 좋지만 과거의 훌륭한 유산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증류소를 방문했을 때 다양한 ‘그랜저’ 제품들을 맛볼 기회가 있었어요. 30년에 가까운 오랜 숙성연수에도 오크 맛이 지배적이지 않고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어떤 비결이 숨어있나요?
스피릿이 너무 약하면 오크통에 의해 ‘잡아 먹히는 현상’이 발생해요. 글랜드로낙의 스피릿은 단단하고 강한 편이에요. 제아무리 짙은 셰리 오크통과 만나도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랜 숙성연수에도 신선하고 선명한 풍미가 느껴질 수 있는 이유입니다.
-마스터 블렌더로서 최종 목표가 있다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신지.
세계 최고의 위스키를 만드는 것입니다. 아직은 진행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여전히 과거로부터 배우고 미래를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싱글몰트에서 기대할 수 있는 맛을 상향 평준화 시키고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 또한 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매번 새로운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역대 최고의 위스키 메이커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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