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조의 여담] 정치인들 막말하는 심리는 도대체 뭘까
[더팩트 | 손수조 칼럼니스트] "말을 왜 저렇게 심하게 하는거야?"
"기사에 나려고 흐흐"
"언론에 저런 말 한 거 나오면 안 좋은거 아니야?"
"정치인은 자기 부고기사 빼고 무조건 언론에 나오는 게 좋다는 말이 있지. 악플보다 더 두려운게 뭔지 알아? 바로 무플이야. 그만큼 정치인은 연예인처럼 대중의 관심을 받고 표를 받는 사람들인데 어떻게든 기사에 한 줄 나오고 싶어하지. 기본적으로 관종들이잖아. 국회의원 300명 중에 이름 들어본 사람 몇 명이나 되니? 이름 들어서 아는 정치인들 정말 몇 안될걸? 심지어 3선 4선 국회의원인데 이름 들어도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 있지. 이건 정말 비참한거야. 그래서 정치인들은 어떻게든 언론에 한 번 기사에 한 줄 나오려고 애쓰지."
"좋은 걸로 기사 나오는 거면 이해를 하겠는데 저런 막말해서 기사 나오는게 뭐가 좋다고?"
"좋은 일로 기사 나오기가 어디 쉽나. 의원실에서 의원 홍보 기사 보도자료로 얼마나 많이 뿌리는데 돈 주고 광고 하는 거 아니고는 기사 나오기 힘들지. 뭔가 떠들썩하고 누구 공격하고 욕하고 그래야 기사가 되지. 그래서 점점 더 쎄게 말하고 주목받고 싶은거야. 그런 심리가 과해지면 ‘살인자’처럼 막말 내지르게 되는거지. 그 막말의 한계치가 점점 높아지는 거 같아서 진짜 안타깝긴 하지. 이제는 대중도 어느정도 심한 말 해서는 별로 놀라지도 않아. 정치인들 욕 잘하고 말 심하게 하는 거 너무 익숙해져서."
"그러게 진짜 평소에 우리가 들어보지도 못한 말 잘들 하더만"
"원래 말을 험하게 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겠지. 근데 난 진짜 평소에 상스러운 욕 안하는 거 알지? 누구 맘 아프게 하는 말도 못하는 거 알잖아? 근데 그런 나도 상대가 딱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몰아붙여야 할 때는 어떻게 하면 뼈 때릴까. 어떤 쎈 워딩을 쓰면 언론에 노출되서 내 스피커가 커질까 이런 생각을 한다니까? 결국 목적이 언론을 통해서 파급효과를 키우고 그것을 통해서 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목적이다 보니까 좀 더 쎄게 과하게 워딩을 뽑아서 언론을 타려고 애써. 그래야 효과가 있지 우리끼리 말하고 끝나면 그냥 동네 수다지 그게 정치 활동은 안 되니까. 그래서 나도 뭔가 내가 이 이야기를 좀 알려야겠다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 때는 좀 과하게 표현하기도 해."
"쌍욕을 해봤어?"
"아니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나 같은 경우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랑 총선에서 붙기도 했고 언론의 조명도 받다 보니까 아무래도 정치 뽕(?)이 들어가서 막 쎄게 공격 했었지. 그 때 문재인 후보 캠페인이 ‘사람이 먼저다’ 였는데, 이걸 인용해서 ‘문재인 안경이 먼저다’ ‘문재인 쇼파가 먼저다’ 뭐 이렇게 비아냥 거리기도 했었고, 지역구 국회의원돼서 지역 안 온다고 ‘대통령병 걸려서 지역엔 코빼기도 안 보인다’느니 그런 식의 말을 했지. 더 심한 것도 있을 거야. 다 생각 안나. 그런데 언제 한 번 언론사 친한 부장님이 한 번 "수조 너 요새 워딩이 너무 쎄더라. 좀 자제하는 게 좋겠다"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그 때 좀 아차 싶었지."
"꼭 심한 말을 해야 언론에 나오는거야? 나는 너무 꼴보기 싫어."
"그렇지만은 않지 물론. 언론이 다룬다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거든. ‘개가 사람을 물었다‘ 랑 ’사람이 개를 물었다‘ 중 뭐가 더 특이해? 후자가 특이하잖아? 그런 거가 언론에 나오는거지. 그러니까 국민의 대표로 국회의원 된 사람들이 동네 조폭들이 할 만한 말을 하니 특이해서 언론에 나오는 건데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언론에 노출되는 경우는 다른 것도 많지. 가령 시의적절한 코멘트거나, 위트 있거나, 촌철살인이거나 그리고 당론과 다른 일반적이지 않은 소수의 목소리거나 하면 기사화 되지. 물론 윤석열 이재명 한동훈처럼 본인의 존재 자체가 기사 가치가 있는 경우는 제외하고. 사실 보면 언론에 등장하는 정치인은 아주 한정되어 있어. 뉴스에 잘 안나오던 사람이 갑자기 뉴스에 등장하려면 정말 사람이 개를 무는 수준으로 특이해야지."
"진짜 그 세계는 복잡하네. 암튼 난 욕해서 뉴스 나오는 삶은 살고 싶지 않다."
"맞아. 여기 이상한 동네야"
sonsu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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