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평행선? 韓 '생중계 회담' 압박하자 '특검' 역공 나선 李
당 대표 회담 실무 회의 연속 불발, 팽팽한 기싸움
"회담 초기부터 이러면 무슨 성과물이 있겠나"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여야 당 대표 회담을 나흘 앞둔 21일 회담 의제와 형식을 둘러싼 팽팽한 신경전으로 인해 양당의 실무 회동이 또다시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회담 생중계를 재차 압박했고, 민주당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강조했다. 양당 대표 회담은 이준석-송영길 대표 회담 이후 3년 1개월 만에 성사됐다. 양당 대표 회담을 앞두고 물밑에서 치열한 수싸움이 이어지면서,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오는 25일 양당 대표 회담을 앞두고 만나기로 했던 실무 협상이 20일에 이어 21일 다시 무산됐다.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시간이 안 맞다"라며 민주당과 일정을 다시 조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일 박 실장의 회담 생중계 방식 공개 제안에 따른 여진으로 보인다. 당초 양당은 20일 실무 협상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회담 생중계 공개 제안 보도로 인해 민주당이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테이블에 오를 의제들에 대한 여야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실무 회동마저 차일피일 미뤄지는 양상이다.
양당의 앙금 속 한 대표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회담 생중계 방식을 두고 국민의힘의 압박도 이어졌다. 한 대표는 이날 "국민이 여야 대표가 대화하는 것을 보는 게 불쾌할 일은 아닐 것 같다"며 "민주당도 '새로운 민주당'이라며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논의의 과정, 그리고 어떻게 사안들을 보고 있는지에 대해서 국민들께서 보시는 건 불쾌할 일도 아니고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같은날 논평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상습적인 말 바꾸기가 국민 앞에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면 마다할 명분이 없다"라며 "국민들 앞에서 여야 대표가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제안에 대해, 민주당이 ‘정치적 이벤트’라며 비하하는 것 자체가 정략적"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내에서는 국민의힘 제안을 두고 공개 반발이 나온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건 대선 후보, 예비 대선후보, 더구나 TV토론이 아니다"라며 "TV 생중계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한 대표가) 너무 원한다면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에) 흘리는 건 예의가 아닐 뿐 아니라 본질에도 어긋난다"며 "토론과 회담을 구별하지 못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을 강조하면서, 한 대표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한 대표의 제3자 추천 특검안에 더해 수사 대상에 '제보 공작' 의혹까지 넣는 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은 '제3자 추천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정치란 자기 주장만 관철할 수 있는 게 아니니 타협안을 모색해 보겠다"며 "그런데 문제는 결국 권한이 있느냐 없느냐"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자율적 권한이 있다면 우리가 이렇게 대폭 양보하겠다는 상황에서 가능한 결말이 날 걸로 기대하지만 권한이 없다면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의 제3자 추천 특검안에 대한 여당 내 반대 목소리가 거센 상황에서 한 대표가 원내 의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가 쉽지 않다는 점을 에둘러 지적한 셈이다. 실제로 '공수처 수사 후 특검' 공식을 내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 대표 특검안을 둘러싼 비토가 계속되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회담 방식과 의제를 두고 여야 간 입장차만 확인하자,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친윤(친윤석열)계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일종의 정치적인 협상과 타협을 하는 자리인데 그것을 TV 토론 생중계하듯이 하자고 하면 민주당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는 않을 것 같다"며 "회담 초기부터 이런 내용으로 다투게 되면 결국 회담이 성과물이 있겠느냐에 대해서 걱정스러운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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