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용의 물건만담] 태풍 같은 트렌드, 카녜이 웨스트
2024년 8월 23일 한국에서 열리는 카녜이 웨스트의 ‘리스닝 파티’는 일반 공연과 조금 다르다. 이미 공개된 신곡을 틀고, 가수는 그 무대 연출과 함께 그저 등장한다. ‘왜 가나’ 싶기도 한데 카녜이 웨스트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는 역사상 최고의 힙합 음악인 중 하나다. 그래미상 21회 수상, 누적 음반 판매는 1억3000만장을 넘는다. 영향력은 음악 산업을 초월한다. 아디다스는 카녜이와의 협업에 따라 매출과 주가가 변했다. 논쟁적이기도 하다. 카녜이는 수많은 돌출 행동을 일으키다 2020년 미국 대선까지 출마했다. 아울러 급진적인 옷으로 패션 트렌드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카녜이는 1977년생 뱀띠인데도 아들뻘 청소년 팬이 많다. 이번 한국 공연은 청소년 관람 불가다. 그래서 한국의 어떤 청소년 카녜이 팬은 유튜브에 ‘짭스닝 파티’를 열었다. 음원을 튼 채 카녜이의 무대 연출과 몸짓을 따라 하는 모습을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그 소년은 카녜이 웨스트가 출시한 ‘이지 웨어’를 입고 있었다. 사람들은 늘 인기인을 모방한다. 21세기 인기인들은 그 상황을 밑천 삼아 돈을 번다. 카녜이는 유명세 비즈니스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음악인 자체 상품은 많다. 나훈아도 공연 기념 음반을 판다. 카녜이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카녜이는 첫 솔로 앨범부터 힙합 음악인의 전형적 옷차림과 다른 자신의 길을 갔다. 백인의 ‘프레피’를 섞은 힙합, 유럽 ‘럭셔리 브랜드’를 섞은 힙합, 럭셔리 브랜드로만 빼입은 옷차림, 대중 브랜드와의 협업까지. 그동안 카녜이는 위대한 음악인이 되었고, 자신의 남다른 개성을 물건에 담아 파는 사업가가 되었고, 양극성 장애를 앓으며 제정신을 잃었다.
카녜이 웨스트 굿즈의 최종 진화는 자체 브랜드다. 그는 발렌시아가 디자이너였던 고샤 루브친스키와 옷을 만든다. 그 옷을 자신의 공연과 파파라치가 붙는 일상에 입고 나온다. 색은 사막색이나 검은색 같은 군복풍 무채색, 실루엣은 풍선처럼 여유롭다. 위대한 디자이너는 시대에 자신의 실루엣을 새긴다. 샤넬, 디오르, 아르마니는 그냥 비싼 옷이 아니라 시대를 풍미한 실루엣을 남긴 사람들이다. 카녜이 웨스트 역시 그 반열에 올랐다. ‘카녜이 룩’은 전 세계적 유행이 되었다. 카녜이 웨스트의 브랜드인 ‘이지’는 2022년에 13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음악 굿즈’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음악 굿즈 시장은 2027년 43억달러에 이를 거라 예상된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의류의 연간 판매량은 20억달러가 넘는다. 굿즈는 대부분 한정판인데 평균 27%의 프리미엄이 붙는다. 미국 중고 거래 플랫폼 스톡엑스의 2022년 의류 판매량 상위 10위 중 대부분이 아티스트 굿즈였다. K팝 관련 시장의 힘도 일정 부분은 엄청난 굿즈 매출에서 온다.
그 사이에서 카녜이 웨스트 옷은 굉장히 뻔뻔하다. 올 초 발매된 그의 컬렉션 제품은 극단적 원가 절감 실험같다. 반팔 티셔츠의 패턴 구조는 가장 기본적인 반팔 티셔츠보다도 절반 이상 간단하다. 컬렉션 신발은 검은색 양말 아래 고무 밑창을 달아 둔 모습이다. 배송도 남다르다. 나는 3월에 주문한 물건을 6월에 받았다. 그런데 이 물건이 전 세계로 팔린다. 카녜이는 유명하고 그가 만드는 게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 시대 최고 권세는 유명세다. 최고 권력자는 유명인이다. 그 결과 유명인이 물건을 내면 ‘트렌드’가 만들어진다. 트렌드는 유명인의 카리스마와 팬덤을 원료로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는 태풍처럼 커진다. 재판매 플랫폼에서 가격이 오른다. SNS의 자칭 ‘매거진’들이 그 ‘뉴스’를 전하며 ‘트래픽’에 편승한다. 그렇게 온갖 유행이 국지성 호우처럼 세상을 휩쓸고 사라진다. 유행의 존재감은 어느 때보다 강하되 그를 분석하기는 점점 힘들어진다. 중요한 건 유행의 계기가 아니라 유행의 기세 자체다. 카녜이의 옷은 이런 세계의 물증 중 하나다.
사회 전 분야에서 팬덤 확보가 숙제처럼 여겨진다. 그 풍조가 맞는지를 떠나, 일단 그걸 갖고 싶다면 카녜이가 두 가지 교훈을 준다. 첫째, 기본적으로 콘텐츠 완성도가 탁월해야 한다. 둘째, 높은 완성도를 위해 주인공이 몰두하다 미칠지도 모른다. 카녜이 웨스트가 그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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