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중징계 받았는데 공천…24세 구의원이 불붙인 ‘학폭 논쟁’

진영화 기자(cinema@mk.co.kr) 2024. 8. 21.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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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찬 영등포구의회 의원
출마당시 피해자 민원에도
민주당, 규정 없다며 공천
“명백한 범죄엔 엄한 잣대를”
“평생 꼬리표는 과분” 엇갈려
이예찬 영등포구의회 의원
이예찬 더불어민주당 소속 영등포구의회 의원(24)이 고교 시절 학교폭력을 저질러 중징계를 받았고 민주당 측이 2022년 8회 지방선거 당시 이를 알고도 ‘규정 없음’을 이유로 그의 출마를 용인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자녀의 학폭 사실이 드러난 공직 후보자, 연예인들의 학폭 전력은 간혹 문제가 되어왔지만 학폭 전력자 본인의 공직 진출은 드문 사례여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2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휘문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2018년 10월 학생회장 출신 3학년 학생이었던 이 의원에게 학급교체, 출석정지 10일, 사회봉사 40시간 등의 징계를 통보했다. 당시 이 의원은 피해학생 A를 상대로 현직 검사인 그의 부친을 거론하며 모욕한 사실이 인정됐다. 이 의원은 ‘A의 아버지는 부패 검사다. 내가 나중에 검사가 되면 A 아버지를 반드시 구속시키겠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A 부친이 보수 정당에 입당해 출마할 것처럼 허위 선거 포스터를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학폭위는 사안의 “심각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만장일치로 징계를 의결했다. 학급 교체는 학교폭력예방법상 전학 바로 아래 단계에 해당하는 중징계다.

이후 이 의원은 학교 추천서를 받아 수시 전형으로 서울대에 입학했다. 수시 전형은 3학년 1학기까지 학폭 징계 이력만 보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계 진출을 꿈꾸던 이 의원은 이후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인턴 등 예비 정치인 경력을 쌓다가 2022년 5월 영등포구의원 후보로 공천을 받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 학생 측은 민주당 서울시당에 ‘공천 취소’ 민원을 제기했다.

민주당 윤리감찰단은 당시 이 후보를 상대로 조사를 벌인 후 “기존 결정을 바꾸기 쉽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학폭 관련해 처분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공천 배제 기준에 학폭이 없다는 이유였다. 당시 공천 배제 기준엔 음주운전, 뺑소니 운전, 가정폭력, 아동학대 범죄 등이 있었다. 이 의원은 소명자료를 통해 “해당 사안은 우발적이고 상호적인 대화 상황의 일부였다”며 “A 학생 부친이 격노해 학교와 담당교사를 강하게 압박했고 최고 징계를 이미 전제하고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두고 A씨 측은 이 의원의 공직 적격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폭으로 중징계 처분을 받았음에도 대학 진학과 공직활동 등에서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은 데다 본인이 깊이 사죄하지 않아 2차 가해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A씨 측은 “공직자의 자격을 따질 때 기본은 도덕성”이라며 “공직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의 학폭 유무까지 엄격하게 따지는 현실에서 당사자가 받은 학폭 중징계 처분은 심각한 결격 사유”라고 말했다.

학폭은 오랜 기간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의 과거를 문제 삼을 때 거론됐고 최근엔 일부 공직 후보자들이 자녀 학폭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특히 공직자가 본인의 위세를 앞세워 자녀 학폭을 무마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경우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의원은 본인이 당사자라는 점에서 이런 사례와는 구분된다. 교사 출신 나현경 학폭 전문 변호사는 “공직자의 경우 명백한 학폭 범죄가 이뤄졌다면 국민 법감정에 비춰 검증 과정에서 문제 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성인이 되기 전 일어난 일로 평생 공직의 길을 막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학폭위 처분으로 인한 공직 제한이 ‘소년(19세 미만)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는 소년법과 모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유석 학폭 전문 행정사는 “어린 시절 한 번의 실수가 이후 평생의 노력을 부정할 수 있는 ‘학폭 가해자’ 낙인으로 남는 건 과하다”며 “학폭 유무가 인성, 인품을 평가할 수 있는 절대적 척도가 될 수 없고 참고만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다만 공직의 길을 가겠다고 결심했다면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피해자에게 먼저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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