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248] 색은행괴(索隱行怪)
“스승님께서는 괴이한 일, 힘, 도리를 어지럽히는 것, 귀신[怪力亂神]에 대해서는 말씀하지 않으셨다.”
‘논어’ 술이편에 나오는 말이다. 스승이란 공자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괴력난신(怪力亂神) 이 네 가지를 행하려고 하는가? 한 마디로 그렇게 하면 사람들 눈과 귀를 쉽게 붙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풀이가 ‘중용’에 실려 있다. 공자가 말했다.
“(도리가 아니라) 은벽(隱僻)한 것을 찾고 괴이한 짓[索隱行怪]을 행하면 후세에 혹시 이름이 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짓을 하지 않으련다. 군자라는 사람들 중에도 도리를 좇아 행하다가 중도에 그만두는 일이 있는데 나는 그만둘 수가 없다. 군자는 중(中)하고 용(庸)하는 것에 의지하여 세상에 숨어 지내어 알려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는 것이니 오직 빼어난 이[聖人]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
괴력난신은 바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과(過)를 말하는 것이고 중도에 그만두지 않는 것은 용(庸), 즉 상(常)이다. 중용(中庸)은 명사가 아니라 두 개의 동사다.
색은행괴(索隱行怪)하는 이유는 유명해지고 싶어서다. 우리 역사에서는 이황(李滉)이 김시습(金時習)을 평하여 색은행괴했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기인(奇人)이나 이인(異人)에 대해 이런 평을 했으니 지금 관점에서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공자 본뜻으로 돌아가면 우리 정치를 이해하는 데 분명 도움을 준다. 최근에 끝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는 한 마디로 괴력난신(怪力亂神) 색은행괴(索隱行怪) 그 자체였다. 마치 누가 더 심하게 괴력난신하는지, 누가 더 충격적으로 색은행괴하는지, 눈 뜨고 보기 힘든 저질 경연장이었다. 한때 색은행괴의 상징과도 같았던 정봉주 후보조차 극히 정상적으로 보인 선거였으니 무슨 말을 더하랴! 물론 국민들 관심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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