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연맹 임원 ‘갑질’ 신고했더니 ‘역징계’…체육회는 ‘뒷북대응’
[앵커]
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의 고위 임원이 소속 선수들에게 폭언 등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선수들의 신고로 조사에 착수한 스포츠 윤리센터가 이 임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는데, 연맹은 징계는커녕, 신고한 선수들을 상벌위에 회부했습니다.
이 문제 취재한 이원희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 임원이 선수들에게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었나요?
[기자]
피해를 호소하는 선수는 여러 명이었습니다.
2022년 청각장애인 올림픽 멀리뛰기 부문에 출전해 동메달 딴 한 선수도 이 가운데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 선수는 동메달을 딴 올림픽 대회에 1년 앞서 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출전했는데, 주종목인 멀리뛰기 경기에서 부상이 심해졌습니다.
이튿날엔 부종목으로 달리기 경기도 예정돼 있었는데, 부상이 심해 포기하려 했지만, 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 임원 A 씨가 출전을 강요했다고 합니다.
[청각장애인 육상 선수/음성변조 : "만약 뛰다가 부상 오면 데플림픽(청각장애인 올림픽) 준비를 못 하게 되는데 어떡하냐고 (말했더니, A 씨가) 무조건 뛰어야 된다 아파도. 협박을 하더라고요. 만약에 시합을 못 뛰면 불이익이 생길 거라고."]
[앵커]
부상 당한 선수에게 무리해서 출전을 요구한 이유가 있나요?
[기자]
이 선수가 소속된 서울시청팀은 당시 전국 1~2위를 다투는 상황이었다는데요.
실력이 좋은 이 선수가 달리기에 나가 메달을 따 오면 1위까지도 넘볼 수 있어서 그런 게 아니냐, 이런 의혹이 나왔습니다.
결국엔 이 선수의 요청이 받아들여져 기권하긴 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A 임원이 진단서를 떼오라고 강요하는가 하면, 모욕적인 말까지 했다고 합니다.
[청각장애인 육상 선수/음성변조 : "(A 씨가) 청각 장애인은 꾀병을 많이 부린다. 그리고 안 들리니까 자기만 생각한다."]
[앵커]
다른 선수들도 어떤 피해를 입었습니까?
[기자]
한 시각장애인 육상 선수는 외부 이벤트성 대회에 참가하려 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전국대회 출전 선수 선발권을 가진 이 임원에게 참가 포기를 강요당했다고 호소했습니다.
당시 통화 내용 직접 들어보시죠.
[A 씨/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 임원/음성변조 : "이 대회만 나가고 전국체전 안 나가요? 이 대회만 나가고 전국체전 안 나가면 되겠네, 그럼."]
선수뿐만 아니라, 감독에게는 채용 대가로 돈을 요구했단 폭로가 나왔습니다.
[장애인 육상 감독/음성변조 : "계약서 씁시다. 계약서 쓰고 (월급) 10%를 자기한테 달라."]
[앵커]
결국 선수들이 이러한 피해를 직접 신고했다고요?
[기자]
네, 참다 못한 선수들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있는 스포츠윤리센터에 A 임원을 신고했습니다.
A 씨는 윤리센터 조사에서 "답변하는 게 판단이 서지 않는다" 라는 식으로 해명을 피했습니다.
윤리센터는 A 씨의 이런 태도가 피해 선수들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반증이라고도 봤습니다.
조사를 마친 스포츠 윤리센터는 A 씨에게 부상 선수 출전 강요 등이 실제로 있었다고 결론 내고, 연맹에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은 A 씨를 징계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신고한 선수들이 현재 상벌위에 회부된 상태입니다.
A 씨의 요청으로 경기에서 기권했던 게 거꾸로 징계 사유가 된 겁니다.
[앵커]
스포츠 윤리센터의 징계 요청은 거부하고, 오히려 신고한 선수들을 징계하려 했다는 거네요.
징계를 주지 않은 이유는 뭡니까?
[기자]
연맹 측에서 지난달에 상벌위원회를 열긴 했습니다.
그런데, '징계 없음' 결정을 내렸는데, 그 이유는 따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취재를 해보니, A 씨의 징계 여부를 심의할 상벌위원회 위원장이 바로 A 씨 자신이었습니다.
[앵커]
자신에 대한 징계 건을 직접 의결했다는 게 납득이 좀 어려운 부분인데요.
이걸 막을 방법은 없었던 건가요?
[기자]
연맹에 대한 관리 감독은 상급 기관인 서울시장애인체육회에서 하고 있는데요.
체육회는 상벌위원으로 누가 들어갔는지, 그 명단조차 파악하지 않았습니다.
KBS의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체육회 측은 다음 주 A 씨에 대한 상벌위를 직접 열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장애인 육상 감독/음성변조 : "서울시 장애인체육회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어요. 그냥 위에서 온 공문 내려보내 주고 밑에서 온 공문 위로 보내주고."]
징계를 심의하는 사이에 신고 선수들에 대한 보호 조치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A 씨는 임원 자격으로 계속 대회를 지휘했습니다.
[시각장애인 육상 선수/음성변조 : "대회장 가서도 많이 불편하고 이게 저에게 어찌 됐든 협박을 했던 분이기에. 그분 앞에서 섰을 때는 조금 쪼그라드는 거죠."]
[앵커]
징계를 강제할 방안은 없었습니까?
[기자]
국민체육진흥법은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징계 요구를 받은 체육 단체는 이에 따라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징계 요구를 따르지 않더라도 징계를 강제할 처벌 규정은 없습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는 각 체육 단체가 스포츠윤리센터의 징계 요구를 따르지 않을 경우, 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등 제재조치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해당 임원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우선은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했고요.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에 대해서는 선수들의 거짓 증언에 속아서 이런 결과를 내놓은 거라고 답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사회부 이원희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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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기자 (212@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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