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힐러리의 ‘유리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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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7월 미국에서 현직 대통령인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후보와 겨룰 민주당 월터 먼데일 후보가 러닝메이트로 여성 정치인인 제럴딘 페라로(당시 49세) 연방 하원의원을 선택했다.
미 역사상 최초로 주요 정당에서 여성 부통령 후보가 탄생한 것이다.
24년 뒤인 2008년 이번엔 공화당에서 여성 부통령 후보가 나왔다.
바이든이 현직 대통령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며 해리스는 미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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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뒤인 2008년 이번엔 공화당에서 여성 부통령 후보가 나왔다. 알래스카 주지사이던 세라 페일린(당시 44세)이 주인공이다. 그는 알래스카 밖에서는 무명에 가까운 인물이었으나 자녀를 5명이나 낳은 점, 낙태 반대의사가 확고하다는 점 등 보수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만한 장점이 많았다. 문제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존 매케인의 경쟁자가 젊고 패기에 넘치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였다는 것이다. 매케인이 선거에서 참패하며 여성 부통령 탄생은 다시 나중으로 미뤄졌다.
2020년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카멀라 해리스(당시 56세)가 대선 후보 조 바이든에 의해 부통령 후보로 낙점됐다. 바이든이 현직 대통령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며 해리스는 미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80세를 넘긴 고령의 바이든이 최근 연임 도전을 포기하면서 민주당의 차기 대선 후보 자리까지 거머쥔 것이다. 이제껏 미국에 여성 대통령은 없었다. 해리스에 앞서 여성이 양대 정당의 대선 후보가 된 것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의 사례가 유일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이기도 한 힐러리는 2016년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도전했다가 트럼프한테 졌다.
엊그제 해리스를 대선 후보로 추대하기 위한 민주당 전당대회에 힐러리가 연사로 나섰다. 그는 “내가 못 깬 유리천장(glass ceiling)을 해리스가 깨뜨릴 것”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유리천장이란 충분한 능력을 갖춘 여성이 남녀차별 등 여러 요인 탓에 고위직을 맡지 못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해리스가 과연 그 일을 해낼 수 있을까. 미 대선이 갈수록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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