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배려하는 마음은 무엇일까
학습·교류 통해 후천적으로 발달
배려, 할수록 더 늘게 되는 마법
작은 마음, 큰 변화 가져올 수도
우리는 살면서 늘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고 관계를 맺는다. 이때 우리의 뇌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읽어내고 예측하려 한다. 예를 들어,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 어떤 나이 든 어르신이 길을 걷다가 넘어질 것처럼 비틀거리면 누구라도 바로 눈치를 채고 잡아드리며 “괜찮으세요?”라고 물어보게 된다. 또는 운동 후 목이 말라 물을 마시는데 준비된 물병의 개수가 사람들의 숫자보다 모자란 것처럼 보이면, “같이 컵에 나눠 마시죠” 하면서 모두가 물을 마실 수 있게 하기도 한다. 이렇게 내가 아닌 타인의 생각과 감정, 선택과 행동을 예측하는 기능은 인간의 뇌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중요한 기능이다.
먼저, 배려하는 선택을 한 사람들의 뇌에서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멘털라이징(Mentalizing) 네트워크 영역의 활성화가 더 많이 보였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특정 상황을 어떻게 느낄까 떠올릴 수 있는 능력을 멘털라이징이라고 하며, 뇌 안에서 이 네트워크는 ‘인지적 공감’을 하기 위한 핵심 영역이다. 공감은 크게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으로 나뉘는데, 정서적 공감은 다른 사람의 감정(예를 들어 고통이나 분노)을 보고 바로 나도 그 감정을 같이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미러링(Mirroring)이 기본이 되며 대부분의 사람이 타고나는 능력인 반면, 멘털라이징으로 대표되는 인지적 공감 능력은 주로 학습을 통해 익혀지며 타인과 교류하는 경험을 통해 더 많이 발달한다. 즉, 우리는 의식적으로 타인의 입장도 생각해 보는 연습을 많이 해야 배려의 선택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로, 배려하는 사람들의 선택은 대부분 특별한 생각이나 계산을 하지 않고 자동반사처럼 빠르게 이루어졌다고 한다. 뇌에서는 생각과 판단, 계산을 해야 하는 영역이 활성화된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행동을 제어하는 오토매틱(automatic) 네트워크들이 주로 반응했다. 반면 배려하지 않는 선택을 한 사람들의 뇌는 자기 자신과 관련된 생각과 판단을 할 때 활성화되는 전두엽 쪽 뇌 영역이 더 많이 반응했으며 상대적으로 선택을 망설이는 시간이 더 길었다. 이는 미국 프린스턴대의 한 연구에서도 보고된 현상인데(Rand et al., 2012), 시간이 없이 빠르게 판단해야 할 때 사람들은 협업을 기본으로 선택한 반면, 여러 옵션을 곰곰이 계산하고 따져볼 만한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면 사람들은 보다 이기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선택을 더 많이 한다. 즉, 배려하는 선택은 이를 기본옵션으로 습관화한 사람들에게서 더 자주 나타나며 고민하지 말고 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울증, 번아웃이 심하거나 보더라인 증후군 등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뇌에서는 멘털라이징 능력이 떨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PTSD와 같은 스트레스증후군에서도 마찬가지다. 즉, 상처받은 뇌는 기본적으로 배려의 선택을 하기가 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상당히 슬픈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 주변에서 배려하는 마음이 줄어들면 우리는 더 많은 상처를 받게 되고, 상처가 많아지면 다시금 배려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악순환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마음이 무너지기 전에 일상 속에서 ‘배려하는 마음’을 더 자주 실천해야 한다. 어떻게든 부딪치지 않고 책임지지 않고 회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는 요즘 세상이지만, 사소한 배려의 마음을 일상의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망설이지 않고 따지지 말고 바로 다른 사람에게 친절함을 실천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느낀다.
장동선 궁금한뇌과학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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