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숙의3A.M.] 파리올림픽의 ‘전례 없는 감동’
삼성전자 후원 ‘빅토리 셀피’ 단연 화제
파리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것 중 가장 동시대적이며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하나는 파르크 데 샹피옹(이하 챔피언스 파크)이다. 메달리스트들과 팬들이 매일 직접 만났던 곳이다. 종전 올림픽에서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방법은 티켓을 사서 경기장에 직접 가거나 TV로 경기를 시청하는 정도였다. 말 그대로 관전자였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에펠탑 아래 트로카데로 공원에 챔피언스 파크를 만들었다. 챔피언스 파크를 요약하자면 시상대를 경기장 밖으로 확장하고 팬 미팅 무대를 결합한 데다 클럽과 라이브 공연장을 얹은 것이다. 이 시대 팬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참여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구현한 기획이다. 설계 과정에 선수들도 참여했다. 조직위는 이를 두고 “파리 2024의 DNA”라고 부르며 “선수, 팬, 도시 중심부의 경기장, 이 세 가지 핵심요소를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챔피언스 파크에는 선수들이 퍼레이드하는 긴 런웨이 무대가 중앙에 놓이고 양옆으로 최대 1만3000명이 앉거나 서 있을 공간을 두었다. 선수들은 무대에서 인사와 퍼포먼스를 하고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거나 셀피를 찍는다. 줄만 서면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7월29일부터 8월10일까지 거의 매일 열렸는데 패럴림픽 기간에도 열린다. 매일 오후 4시에 개장하는데 DJ가 환영인사를 하고 힙합, 일렉트로닉 등 댄스 공연이 이어지는 오프닝 쇼가 있다. 이어 메달을 딴 선수들이 무대에 나와 함께 축하하는 시간을 가진 뒤 커다란 스크린으로 그날의 주요 경기 생중계를 함께 시청한다.
이곳에서 선수들과 팬들은 에펠탑을 배경으로 연출되지 않은 수많은 장면을 만들어냈다. 선수들은 시상대를 뛰어넘는 환호와 축하에 감격하고 눈물을 흘린다. 팬들은 화면이 아닌 선수를 직접 보면서 생동감 넘치는 퍼포먼스에 즐겁다. 영국의 사격 은메달리스트인 엠버 러터는 “단 5분이라도 유명해지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었다”(AFP)고 표현했다.
이번 올림픽에 새로 도입된 또 다른 하나는 빅토리 셀피다.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가 1만7000여명 선수 전원에게 갤럭시 Z플립6 올림픽 에디션을 제공하면서 만든 마케팅이지만 선수들에게는 다른 의미가 되었다.
종전 올림픽에서는 휴대전화를 포함한 개인 소지품을 경기장에 갖고 들어가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래서 승리의 순간은 경기장에서 촬영을 허락받은 주최 측과 미디어의 몫이었다. 그러나 선수들이 직접 셀피를 찍게 되면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자신만의 관점과 방식으로 남길 수 있게 됐다. 선수 대부분이 소셜미디어와 ‘인생사진’이 매우 중요한 삶의 일부인 10~30대라는 점도 적확했다.
모든 메달리스트는 시상식 전에 빅토리 셀피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을 듣고 스마트폰을 건네받아 사진을 찍으면 애슬리트365플랫폼에 업로드된다. 선수들은 이를 자유롭게 다운로드받고 가족, 친구, 팬들과 공유할 수 있었다. 7월30일 탁구 혼합복식에서 임종훈·신유빈 선수가 메달을 딴 중국, 북한 선수들과 함께 남긴 셀피 사진도 그렇게 탄생해 올림픽 명장면 중 하나로 남았다.
빅토리 셀피로 삼성전자는 신제품을 알리고 판매하는 데 큰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무형의 이득은 아재브랜드라는 오명을 쉬이 벗지 못하는 삼성전자가 시대의 변화와 욕구에 민감하게 조응하는 감각과 능력이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인숙 플랫폼9와4분의3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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