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尹 거부 ‘전세사기법’ 여야 합의… 다른 민생법안들도 이렇게

2024. 8. 2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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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전세사기 피해 구제법을 22대 국회의 1호 민생법안으로 통과시키기로 했다.

21대 국회 말 민주당이 단독 처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던 법을 3개월 만에 여야가 의견을 절충해 타협한 첫 민생법안이다.

여야 모두 민생과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모처럼의 전세사기법 합의가 다른 민생 법안 처리의 물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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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맹성규 위원장이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처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전세사기 피해 구제법을 22대 국회의 1호 민생법안으로 통과시키기로 했다. 21대 국회 말 민주당이 단독 처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던 법을 3개월 만에 여야가 의견을 절충해 타협한 첫 민생법안이다. 야당의 입법 강행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 법안 폐기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정쟁의 악순환을 끊을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그제 통과시킨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에는 경매로 나온 전세사기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낙찰 받아 피해 세입자에게 최장 10년간 무상으로 빌려주는 내용 등이 담겼다. 그 후엔 공공임대 수준의 가격에 10년을 더 빌려준다. 여야는 이르면 28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현금으로 보증금을 먼저 돌려주고, 나중에 집을 처분해 자금을 회수하자는 민주당의 ‘선(先)보상, 후(後)지원’ 법안과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정부가 대신 내놓은 10년 무상 임대안이 사실상 현금 지원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고, 입법이 더 늦어지면 피해자들의 고통이 커진다는 점 때문에 민주당이 법안을 수용하면서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

여야의 의견이 좁혀졌는데도 정쟁에 치여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민생, 경제 법안은 전세사기법 외에도 여럿이다.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배제하는 ‘구하라법’, 부모가 자녀당 1년씩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 기간을 1년 반으로 늘리는 ‘육아휴직 확대법’은 여야 간에 이견이 거의 없다. 첨단산업 기반 조성에 필요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법’ 입법에도 여야의 의견이 일치한다.

총선과 여야 지도부 개편, 탄핵·청문회 정국을 거치며 국회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였다. 전세사기법만 해도 피해 발생 후 3년이 넘도록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국회의 책임 방기란 비판이 컸다. ‘K칩스법’ 등 국가경쟁력 강화에 꼭 필요한 입법 과제들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여야 새 지도부가 구성됐고, 곧 여야 대표 만남도 예정돼 있다. 여야 모두 민생과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모처럼의 전세사기법 합의가 다른 민생 법안 처리의 물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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