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인덱스 "한국 R&D 투자 대비 성과, 놀라울 정도로 저조"
한국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인력과 자금 대비 놀라울 정도로 저조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국제학술지의 분석이 나왔다.
투자 대비 성과가 저조한 원인으로는 학계와 산업계 간 협업의 부족,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력 위축, 한정된 국가와의 국제협력 그리고 여성 연구자와 같은 비주류 인재에 대한 연구계의 높은 문턱이 꼽혔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1일 발간한 '네이처 인덱스' 특집호를 통해 "다른 주요 국가들에 비해 인구당 연구자 비율이 높고 네이처 인덱스에 등록된 다른 선도국보다 R&D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연구 성과는 놀라울 정도로 낮다"고 평가했다. 연구 성과에 대한 평가는 이 학술지가 매년 발표하는 '네이처 인덱스'를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네이처 인덱스는 자연과학 분야 82개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에 대한 각국 연구자들의 기여도를 분석해 산출한 지표다. 기여도는 각 논문에 기여한 저자의 기관과 국가가 차지하는 비율로 계산된다. 기관과 국가 별 논문 수와 공유 수로 분석해 최종 순위가 산출되는 방식이다.
네이처 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은 2007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R&D 예산을 확대했다. 2022년 예산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보다 1.6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의하면 2022년 한국의 R&D 투자금액은 112조646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금액 비중은 5.21%였다. GDP 대비 비중만 놓고 보면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올해 네이처 인덱스 순위에서 한국은 프랑스에 이어 6위로 평가됐다. 1위는 중국이 차지했으며 미국, 독일, 일본이 2~4위를 기록했다.
네이처 인덱스는 이어 한국 연구자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연구 성과를 제고하기 위해선 글로벌 연구 생태계에 합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네이처 인덱스에 의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R&D 투자 규모를 기록한 가운데 전체 연구에서 국제공동연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수준이다. 주요 선진국의 국제공동연구 비중은 미국 약 55%, 일본 60%, 영국 80% 이상 등으로 집계된 가운데 한국의 국제공동연구 비중은 60%를 조금 넘는다.
또 혁신적인 성과를 낼 인재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해외 인재를 유치하고 자국 인재를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네이처 인덱스는 "한국은 학생 수의 급격한 감소로 일부 대학이 폐교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공계에 진입할 젊은 인재가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이라 분석했다. 해외에서 수혈되는 인재와 관련해선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현재 한국에서 수학 중인 외국 학생들이 직면한 문제가 더 많은 주목을 받을 가능성은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외국 연구원과 학생을 위한 비자 제도 등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높은 언어적 장벽으로 이같은 인재들이 한국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성 과학자들을 위한 연구 환경이 다소 열악하다고도 지적했다. 네이처 인덱스는 "서울대의 450여 명의 정규직 교수 중 여성은 19.7%에 불과하며 학계, 정부, 산업 부문 전체 연구 인력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3%에 그친다"고 전했다.
책임연구자(PI)에게 지급되는 연구 자금의 규모 또한 남성 PI가 수주하는 연구비는 평균 1억6500만원인 반면 여성 PI가 수주하는 연구비는 6800만원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학계와 산업계 간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네이처 인덱스는 "한국 정부가 중점적으로 지원한 R&D는 대학보다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역할로 간주됐다"고 말했다. 이어 "2000년대부터 대학이 영리를 추구하는 전문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하는 조치가 이뤄졌지만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학계와 산학계의 협업 지표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지금보다 더 많은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이처 인덱스는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네이처 인덱스' 행사에서 한국과학기술계의 이같은 문제점들이 논의될 것이라 전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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