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쏘아 올린 이탈리아 국적법 논쟁…“20대 초반에야 시민권 취득”

윤준호 2024. 8. 2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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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종·다민족으로 구성된 이탈리아 여자배구 대표팀이 파리 올림픽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며 더 개방적인 방향으로 국적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파 연정 파트너인 전진이탈리아(FI)를 이끄는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보도된 일간지 라레푸블리카와 인터뷰에서 "이탈리아는 변했다"며 국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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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민족 여자배구 첫 올림픽 금메달 계기로 개정 논의 탄력
전체 학생 10% 넘는 이주민…“이탈리아서 태어나도 20세 초반에야 시민권”

다인종·다민족으로 구성된 이탈리아 여자배구 대표팀이 파리 올림픽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며 더 개방적인 방향으로 국적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파 연정 파트너인 전진이탈리아(FI)를 이끄는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보도된 일간지 라레푸블리카와 인터뷰에서 “이탈리아는 변했다”며 국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강점과 경제적 잠재력은 외부에서 온 사람들을 통합하는 능력에서 나온다”며 “다양한 민족과 인종에 대한 큰 개방성이야말로 국가를 경쟁력 있게 만드는 요소”라고 말했다.

파올라 에고누. AP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 국적법 개정은 해묵은 과제다. 새 의회가 들어설 때마다 자국 태생 이주민 자녀의 시민권 취득 요건을 완화하는 국적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별다른 논의 없이 사장되는 일이 반복됐다. 우파 정당들의 반대가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제1야당 민주당(PD)이 발의한 국적법 개정안에 우파 연정 파트너인 FI의 대표가 공개적으로 찬성하면서 논쟁에 불이 붙었다.

다만 또 다른 연정 파트너인 동맹(Lega)이 국적법 개정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실제 개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극우 정당인 동맹은 반이민 노선이 정치적 구심점이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이주민 가정의 자녀 약 90만명이 학교 시스템에 등록돼 있다. 이는 이탈리아 전체 학생 820만명의 10.6%에 해당한다. 현행법상 이탈리아에서는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는 만 18세가 돼야만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시민권 취득 절차에 최장 4년여가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이탈리아에서 태어나도 20대 초반에야 비로소 시민권을 획득하게 되는 셈이다.

스포츠 영재 등 특별한 국가적 인재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예외가 인정된다. 또한 해외에서 태어났고, 이탈리아에 거주한 적이 없더라도 부모 가운데 한쪽이 이탈리아 국적이라면 자동으로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다.

이번 국적법 개정 움직임은 파리 올림픽에서 다인종·다민족 선수로 구성된 여자배구 대표팀이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며 탄력을 받았다. 특히 아프리카계 간판 공격수 파올라 에고누의 활약을 기념하는 벽화가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적법 개정 여론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이 벽화는 지난 11일 이탈리아 여자 배구팀이 올림픽에서 우승한 직후 그려졌다. 길거리 화가 라이카는 그림의 제목을 ‘이탈리아다움’으로 정하고 “인종차별, 증오, 외국인 혐오와 무시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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