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청사 위치’ 갈등…행정통합 ‘흐지부지’되나
양측 “의회 의결 충분” “주민투표 필요” 추진방법도 맞서
2026년 7월 출범을 목표로 급물살을 타던 대구·경북(TK) 행정통합에 제동이 걸렸다. 통합의 열쇠를 쥔 두 단체장이 통합청사 위치 등 쟁점과 추진 방법 등을 두고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통합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대구시·경북도·행정안전부는 22일 오후 대구시청에서 행정통합 관계기관 후속 논의를 가질 예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통합청사 위치 등 쟁점사항에 대한 의제가 주로 논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0일 “(행정)통합안이 8월 말까지 상식적 수준에서 합의가 안 되면 장기과제로 넘어가는 게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도와의 합의 시점을 사실상 이달까지로 제시한 것이다.
현재 대구시와 경북도는 통합청사 위치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14일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조치법(안)’을 발표했다. 현행 대구시청 및 경북도청 소재지인 대구 및 안동에 청사를 그대로 두고, 포항을 추가하는 3개 청사 체제를 주장했다.
이에 경북도는 지역 균형발전 측면에서 대구와 안동 청사만 각각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대구시 안을 따르면 대구권역은 더욱 커지는 반면 경북권역은 둘로 나눠진다는 게 경북도의 시각이다.
대구시 통합 특별법안을 보면 대구청사는 경북의 서남부권 11개 시군과 대구의 9개 구군을 더해 인구 366만명을 관할하게 된다. 이는 통합 대구경북 인구의 74.5%에 해당한다. 하지만 경북청사(안동)는 북부권 7개 시군 46만명(9.5%), 동부청사는 4개 시군 78만명(16%)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행정통합 이후 공론화 절차를 밟아 대구경북특별자치시 청사 위치를 새롭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통합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대구시는 각 시도의회 의결로 충분하다는 입장인 반면 경북도는 주민투표가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현재 경북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행정통합에 거부감이 크다는 것도 부담이다.
대구시는 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의회 동의 절차만 밟겠다고 밝혀왔다. 홍 시장은 경북도가 제시한 주민투표 실시와 공론화위원회 구성에 대해 “(행정통합) 마무리 시점에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자는 것은 받아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두 지자체 간 관할구역과 자치입법, 시군 권한 등에 대한 세부 논의도 필요한 상황이다. TK 행정통합은 2019년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제안에 권영진 전 대구시장이 화답하면서 공론화 과정이 진행된 바 있다. 당시 대구시와 경북도는 2022년 7월 통합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논의를 벌였지만 코로나19 장기화 등에 따른 지역 공감대 부족으로 논의를 중단했다. 이후 지난 5월 홍 시장이 TK 통합을 다시 꺼냈고, 이 지사가 호응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도 힘을 실어줬다.
전문가들은 두 자치단체장의 이해관계만이 아닌 주민들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행정통합 여부와 내용을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전국에서 불고 있는 행정통합 논의를 선거제도 개편과 맞물려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용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대표는 “주민투표를 통해 통합을 결정하고 시도민이 숙의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권 전 시장 시절 행정통합 공론화위원장을 지낸 김태일 전 영남대 교수는 “홍 시장이 통합 카드를 꺼내면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는 등 정치적 소재로 활용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앞으로 TK를 떠나 전국적인 통합 논의 시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지방선거제도 개편과 함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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