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교과서 우려”한 국교위, 공론화엔 ‘뒷짐’
1년 넘도록 안건 안 다뤄…‘도입 유보’ 청원은 5만 돌파
사회적 합의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둘러싼 논의에 1년 넘게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내부에서도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추가 논의나 점검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교육위원회법에 따르면 국교위는 교육정책에 관한 시민의견 수렴·조정 등에 관한 업무를 맡는다.
21일 취재를 종합하면 국교위는 지난해 6월9일 전체회의에서 교육부로부터 ‘AI 교과서 추진방안’을 보고받았다. 이배용 국교위 위원장, 김태준·정대화 상임위원 등 위원 20명이 참석했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일부 위원들은 급히 추진되는 AI 교과서 도입에 우려를 표했다.
A위원은 “AI 교과서는 평생에 영향을 미치는 굉장히 중요한 변화”라며 “평생의 독서 습관 형성에 대해 장기적이고 심층적인 분석, 사회적 영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B위원은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고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겪어야 하는데, AI가 정답을 알려주면서 이 같은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고 했다. “다시 옛날처럼 획일화된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문제가 우려된다”는 위원도 있었다.
교육부는 당일 전체회의에서 보안 우려 등에 대해 “잘 준비하겠다”는 취지의 답변만 내놓았고, 이후 추가 점검 등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까지 올라온 국교위 회의록을 보면, 지난해 6월 이후 전체회의에선 AI 교과서가 논의 안건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국교위 내부에서는 이달 들어서야 “AI 교과서처럼 논쟁적인 교육정책은 국교위에서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회의와 별도로 운영되는 국교위 중장기 국가교육발전 전문위원회에서도 최근 일부 위원들이 AI 교과서의 빠른 도입에 우려를 표했다. 전문위 소속 C위원은 지난달 18일 회의에서 “AI 교과서의 순기능과 별개로 학생들의 디지털 기기 중독과 문해력 등 기초 학습 역량이 감퇴한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며 “학생 개인정보가 민간 업체로 가고 영리 목적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했다.
다만 이 같은 의견은 전문위 전체 쟁점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전문위 소속 D위원은 이날 “추가 논의가 잘 이뤄지진 않는 상황”이라며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만 전문위가 동원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AI 교과서 예산 5333억원을 급히 편성했지만 예산 사용도 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올해 6월15일까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AI 교과서 예산 집행률은 18.9%에 그쳤다. 경북·대구(0%)와 경남(0.2%)은 예산 집행률이 0%대였다. 국회가 AI 교과서 예산 편성을 뒤늦게 결정하면서 예산 집행도 늦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부는 내년 1학기 AI 교과서 도입을 목표로 하지만, 오는 11월에야 AI 교과서 검인정을 마치고 실물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의 AI 교과서 도입 속도전에 우려가 커지면서 ‘AI 교과서 도입 유보’ 국민청원 동의가 5만명을 넘어섰다. 학부모 10명 중 8명(82.2%)은 AI 교과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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