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사 댓글 4개 중 1개는 ‘왜곡·폄훼 단어’

고귀한 기자 2024. 8. 2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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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네이버 노출 뉴스 분석…‘북한군 개입설’ 등 심각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폄훼·왜곡이 인터넷상에 만연한 것으로 조사됐다.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18기념재단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1일 “5·18 관련 기사 댓글 4개 중 1개는 왜곡·폄훼 등 부적합한 단어를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5년간 네이버에 노출된 28개 언론사 뉴스 댓글을 분석한 결과다. 분석에는 부적절한 발언을 자동으로 판단·분류하는 딥러닝 기술이 활용됐다.

기사 205건에는 1건당 122건에 달하는 총 2만5035건의 댓글이 달렸다. 이 중 26.6%인 6417건에는 ‘북한군 개입설’ ‘가짜 유공자설’ ‘무장 폭동설’ ‘지역 혐오’ ‘이념 비난’ 등 사실과 맞지 않은 내용이 담겼다.

부정적 단어로는 ‘유공자’가 2232회로 가장 많이 쓰였다. ‘명단’(1404회), ‘북한’(1142회), ‘전라도’(862회), ‘폭동’(791회), ‘빨갱이’(620회), ‘가짜’(462회) 등이 뒤를 이었다.

유튜브 내의 왜곡·폄훼도 심각한 수준이다. 245개 채널에 있는 영상 648개를 분석한 결과 총 댓글 1만1111건 중 2687건(24.1%)이 부적절한 것으로 파악됐다.

5·18 왜곡·폄훼가 계속되는 것은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왜곡·폄훼 프레임 분석과 대응방안’ 주제 토론회에 참석한 정호기 우석대 초빙교수는 “과거사 청산의 선두에 있는 5·18의 진상규명이 충분히 선행되지 않다 보니 왜곡과 폄훼 행위를 차단하기가 간단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신군부가 5·18 왜곡·폄훼를 주도했다면 이후에는 민간에 의해 변조·왜곡돼 인터넷을 중심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악의적으로 왜곡하거나 폄훼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경각심을 주고 잘못된 판단과 행동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왜곡과 폄훼 행위에 대응한 활동과 성과를 더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영길 한국외대 교수는 “5·18 폄훼 세력은 역사 부정을 넘어 민주화 이전의 역사 속으로 퇴행시키고자 하는 것”이라며 “여기에 맞서 민주주의 이념과 가치 보존을 위해서는 강력한 제도적 의지와 실천을 정치적 차원에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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