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짓돈’처럼 예비비 꺼내 쓴 정부, 다음주 국회 결산 심사 도마에
우체국보험 적립금까지 빌려
세수 부족분 돌려막기로 메워
‘땜질식 대응 논란’ 쟁점 될 듯
국회가 다음주부터 2023년도 결산 심사에 돌입한다. 지난해 56조원 넘는 역대급 세수결손에 대한 정부의 ‘땜질식’ 대응 논란이 도마에 오를 예정이다. 정부가 비상시에 제한적으로 써야 할 예비비를 대통령 해외순방비 등 정상외교 비용, 대통령실 용산 이전 관련 비용, 특수활동비 증액에 쌈짓돈처럼 활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27~29일 2023 회계연도 결산 심사에 돌입한다. 다음달 2~3일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상대로 종합 정책질의를 한다.
정부는 지난해 세수결손 부담을 지방정부에 떠넘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제가 된 대목은 정부가 지난해 지방정부와 각 시도교육청에 줘야 할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18조6000억원을 ‘불용’(예산을 쓰지 않음) 처리하고 보내지 않은 것이다.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은 각각 내국세의 19.24%, 20.27% 비율로 지방정부와 시도교육청에 의무로 할당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지방교부세를 정부가 임의로 감액한 것은 국회의 예산심의권과 지방자치단체장의 자치재정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예산 돌려막기도 논란이다. 정부는 세수결손이 커지자 지난해 갚아야 할 채무 상환이나 국채이자 지급을 뒤로 미뤘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3 회계연도 결산 총괄 분석’ 보고서를 보면, 일반회계 부족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을 통해 국채를 발행해놓고 이에 대한 이자 7조8000억원을 미지급했다. 미지급분에는 3.79%의 가산이자가 붙어 미래세대에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 기재부가 환율 급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쌓아둔 외국환평형기금에서 19조9000억원을 끌어와 세수 부족분을 메운 것도 ‘예산 돌려막기’로 지적됐다. 외평기금의 원화·외화 재원이 줄어들면서 외환시장 안정성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부가 세수결손을 메우려고 우체국보험 적립금에서 2500억원을 빌려 쓴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정부는 정보통신진흥기금 수입이 부족해지자 우체국보험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 적립금에서 2500억원을 연 4.04% 이자로 빌렸다.
정부가 본예산에 편성했어야 할 비용들을 예비비로 돌려쓰면서 국회의 예산 심사를 회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지난 16일 발표한 ‘2023년 결산 예비비 심사 기조’ 자료를 보면, 지난해 대통령 해외순방과 정상외교 관련 업무에 역대 최고 수준인 예비비 532억원이 편성됐다. 예비비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쓰는 국가의 비상금이다. 본예산이 국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과 달리, 예비비는 사후 승인만 얻으면 된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관련 비용으로도 예비비 86억7000만원이 쓰였다. 민주당은 “대통령실 이전 완료 후 1년이 지난 시기에 예비비를 지출한 것은 이전 비용을 축소하려는 눈속임”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경호처는 예비비 중 11억원을 특활비로 배정했다. 민주당은 “대통령경호처 소관 본예산에 이미 특활비가 67억5500만원 편성돼 있는데 눈속임해 특활비를 우회 증액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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