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류세 인하 2개월 더…세수 감소폭 확대 불가피
중동 긴장에 국제유가 흔들
물가 상승 압력 작용 영향도
고소득 가구일수록 혜택 커
‘조세 역진성’ 문제도 지적
정부가 이달로 끝나는 휘발유·경유 등에 대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기로 했다. 중동 정세 불안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법인세 충격으로 세수 감소폭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에서 이번 유류세 인하 연장으로 세수 문제가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31일 종료 예정인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10월31일까지 2개월 추가 연장한다고 21일 밝혔다.
현재 유류세는 탄력세율을 조정해 휘발유의 경우 ℓ당 164원(20%) 인하된 656원을 부과하고 있다. 경유는 ℓ당 174원(30%) 내린 407원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2022년 7월부터 휘발유와 경유의 유류세 인하폭을 37%까지 확대했다가 지난해 휘발유는 인하폭을 25%로 축소한 뒤 시행 기간을 연장해왔다.
지난달부터는 휘발유와 경유의 인하폭을 현행으로 줄이고 이를 이달 말까지 적용하기로 한 바 있다.
이번 유류세 인하 연장 조치는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향후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큰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미국이 제안한 휴전협상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19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배럴당 2% 넘게 떨어졌지만, 수급 상황을 고려하면 유가가 다시 80달러대 초중반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국내 물가에 대한 유가의 파급력이 큰 점도 유류세 인하 연장에 힘을 실어줬다. 유류세 인하폭이 줄어든 여파로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1년 전보다 8.4% 올랐다. 2022년 10월(10.3%) 이후 21개월 만에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유류세 인하는 세수 감소를 불러 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올해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이 15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결산보다 4조5000억원(41.3%)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엔 유류세가 단계적으로 정상화될 것이라는 점이 반영됐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까지 교통에너지환경세는 5조3000억원 걷히는 데 그쳐 예상 대비 진도율이 34.9%에 머물렀다. 실적을 기준으로 한 최근 5년 진도율이 평균 50.2%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최종 실적이 당초 전망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일괄적인 유류세 인하가 초래하는 ‘조세 역진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 결과 2018년 유류세를 15% 낮췄을 당시에 소득 1분위(하위 10%) 가구는 연평균 1만5000원을 덜 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득 10분위(상위 10%) 가구는 15만8000원이 줄어 소득 상위 가구일수록 유류세 인하 혜택이 컸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2년 펴낸 ‘에너지·식품 고물가의 사회적 파급 효과 완화를 위한 재정 정책’을 통해 “유류세 인하보다는 유류세를 거둬서 저소득층 지원을 확대하라”고 제안한 바 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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