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전세대출·디딤돌·버팀목도 DSR 산출…‘핀셋’ 규제 가능성
은행권 대출 심사 까다로워질 듯
금융당국이 다음달부터 새로 취급하는 모든 가계대출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산출하라고 은행권에 지시했다. 그동안 DSR을 계산하지 않았던 정책대출이나 전세대출도 DSR 산출 대상이 된다. 당장 DSR을 적용하는 건 아니지만 위기 시 대출 한도를 조일 수 있는 ‘그물망’을 갖추게 된 것이다. 돈을 빌리는 입장에선 대출 심사가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21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은행연합회 등과 함께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하반기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밝혔다.
은행은 그동안 보금자리론·디딤돌과 같은 정책대출 상품이나 중도금·이주비 대출, 전세대출, 1억원 이하의 소액 대출에 대해서는 DSR을 산출하지 않았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과 달리 소득 대비 차주가 갚아야 할 원리금 수준을 깐깐하게 보지 않고 대출이 나왔다는 이야기다. DSR은 차주가 보유한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하지만 다음달부터 모든 신규 대출의 경우 예외없이 DSR을 산출해야 한다. 이렇게 산출된 DSR이 대출 한도에 즉각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DSR 데이터가 촘촘해지면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당장 금융위는 내부 확인용 DSR을 내년부터 시행하는 가계대출 관리 경영계획 때 활용하라고 은행에 지시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에는 아무리 신용대출이 많은 사람이라도 전세대출을 할 때는 상환능력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앞으론 본사 차원에서 대출 총량 기준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모든 대출의 DSR을 산출하면 앞으로 위기 시 ‘핀셋’ 대출 규제가 나올 수도 있다. DSR 수치만큼 차주별 DSR 평균값의 정확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차주 소득, 지역, 대출 상품별로 맞춤형 규제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택시장 불안정성이 높아 상환 리스크가 커지는 시기에 특정 지역의 주택담보대출 DSR을 몇 퍼센트 이내로 관리하라는 식의 규제가 앞으로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금융위가 검토 중인 전세대출 DSR 적용에도 이 데이터가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금융위는 연초 업무계획에서 전세대출 이자상환분에 대한 DSR 적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채 증가 모니터링
위험가중치 상향 등
추가 규제까지 검토
정부가 DSR 그물망을 촘촘히 만든 건 그간 DSR 규제 대상이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DSR 규제가 적용되는 신규 대출은 전체의 26.7%에 그쳤다. 정책대출을 비롯한 주택담보대출이 최근 급증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7월 은행 가계대출의 전월 대비 증가폭은 5조5000억원이었고, 8월에도 13일까지 4조4000억원 증가했다. 당국은 9월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DSR(0.75%포인트)을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1.2%포인트로 상향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향후 부채 증가 추이를 모니터링하며 추가 규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DSR 적용 범위를 더 확대하거나 주택담보대출에 위험가중치를 상향하는 것이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는 15.2%로 국제결제은행(BIS) 권고 비율(15%)을 간신히 웃돈다. 은행권이 적용해야 하는 위험가중치가 높아질수록 은행들은 자본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여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외 주요 국가의 위험가중치가 20~25%인 것을 감안해 현재 15%인 하한 기준을 높이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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