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삶]스님 우리 만나요

기자 2024. 8. 2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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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엄마가 부처님오신날에 부처님을 뵙고 온 이야기다. 아빠는 나이 50을 목전에 두고 엄마와 이혼했다. 그리고 스님이 됐다. 할머니는 종종 전화를 걸어왔다. “에미야, 아쉬울 것 있냐. 너도 절에 가서 공양주로 일해라.” 나는 헛웃음이 나왔지만 엄마는 고개를 숙였다. 엄마는 이후로도 쭉 무교였고 절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대신 시골로 내려갔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구름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사는 대신 딱 엄마 혼자 살기 좋은 집을 지었다. 안방 구석엔 셋이 찍은 가족사진을 걸었다. 김범수의 ‘보고 싶다’를 컬러링으로 삼았다.

엄마는 아빠를 생각했다. 딸이 바락바락 대들 때, 인터넷으로 서류를 떼야 할 때, 교통사고가 났을 때. 바로 말끔한 민머리의 뒤통수가 떠올랐다. 자려고 누울 때나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반질반질한 염주를, 동그란 목탁을, 길게 내려온 귓불을 떠올렸다.

엄마는 만나러 가기로 결심했다. 부처님오신날의 일이었다. 그날은 공휴일이었고, 부처님의 생신이었고, 무엇보다 절에서 대중을 맞이하는 날이었다. 그보다 더 적절한 날은 없었다. 아빠를, 아니 부처님을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7년 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부처님을 만난 것은 말이다.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다. 부처님은 자신이 사는 절 이름을 말해주었다. 엄마는 그 이름을 입안에 굴려보았다. 예쁜 절, 예쁜 절.

새벽부터 잠을 설치고 운전대에 앉았다. 운전 경력은 장롱 30년을 합쳐 30년3개월이었다. 가슴이 두근거렸고 벌써 신물이 났다. 더는 망설이면 안 될 것 같아 시동을 걸었다. 절까지는 2시간이 걸릴 예정이었다. 초행길에다 멀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신도들로 가득한 들뜬 축제 속에서 둘은 만날 것이다. 잠시 몇 마디를 나눈다고 해도 시선을 사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평범한 승려와 신도니까.

길을 잃고, 멈춰 서고, 돌고 돌아 절에 도착했을 땐 오후가 되어 있었다. 엄마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부처님이 모셔진 대웅전으로 향했다. 모든 민머리 뒤통수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하고 나서야 그곳에 부처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수화기에 대고 말했다. “어디야?” 부처도 말했다. “어디야?” 둘은 동시에 대답했다. “대웅전.” 엄마는 대웅전의 구석구석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나도 대웅전.” 둘은 대웅전에 있었다. 그리고 둘은 대웅전에 없었다.

한참 뒤에 보고 싶은 뒤통수가 물었다. “내가 말한 절 이름이 뭐야?” 엄마는 대답했다. “예쁜 절.” 그는 말했다. “여긴 귀여운 절이야.” 그 순간 엄마는 알게 된다. 자신이 절을 오인했다는 것을. 이름도, 지역도 완전히 다른 절에 찾아왔다는 것을. 둘은 완전히 다른 절에서 같은 부처 앞에 있었다. 때마침 해 지는 노을이 대웅전을 비추었다. 금빛 부처님이 아름답게 빛났다.

색색의 연등으로 장식된 절에서 사람들은 들뜬 얼굴로 소원을 빌고, 스님께 문안 인사를 드리고, 염불을 외우며 절을 올렸다. 엄마는 그 사이에 멍하니 서 있다가 자신이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허탈과 허기가 한꺼번에 덮쳐왔다. 점심 공양은 진즉에 끝났고,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한 떡과 주먹밥을 나눠주는 곳에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엄마는 헐레벌떡 줄을 섰다. 그리고 그 많던 떡과 주먹밥이 엄마 바로 앞에서 동이 나는 것을 보았다. 순간 엄마는 부처를 올려다본다. 아주 오래오래 말없이 그 얼굴을 바라본다.

그 길로 엄마는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내리 운전해 집으로 왔다. 그러곤 냉장고에서 뭔가 꺼내 먹었던 것도 같고, 바로 쓰러져 잠들었던 것도 같다. “하여간 그날은 우울했어.” 엄마는 말했다. 엄마는 여전히 무교이고, 7년 만에 부처님을 보았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어?” 내가 묻자, 엄마는 답했다. “그냥.”

양다솔 작가

양다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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