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약자 시설 838곳 '침수 위험' 지역에…가까스로 대피

신용식 기자, 이현정 기자 2024. 8. 2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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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나 장애인은 비가 많이 와서 위험할 때 서둘러 대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희 취재진이 SBS 데이터저널리즘 '마부작침'과 함께 전국 노약자 시설 1만여 곳의 위치를 분석한 결과, 800여 곳이 침수 위험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신용식 기자, 이현정 기자가 이 내용 차례로 전하겠습니다.

<기자>

제가 서 있는 이곳은 충남 공주의 한 요양원입니다.

요양원에서 불과 100m 거리에 금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이곳을 포함해 금강 주변 요양원들이 집중호우로 위험에 빠졌습니다.

당시 사흘 동안 500mm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이 요양원은 지하와 1층이 물에 잠겼고, 노인 59명은 3시간 넘게 걸려 가까스로 대피했습니다.

[강선빈/A 요양원 시설장 : 침상에 누워 계시고 다 (거동이) 어려운 분들이라서, (직원들이) 일일이 계단에서 업고 내려오시고, 휠체어로 들고 내려오시고.]

근처의 다른 요양원.

이곳은 금강과 400m 떨어져 있지만, 당시 많은 비로 하수가 역류하면서 건물의 1.6m 높이까지 침수됐습니다.

여기서도 노인 65명이 고립됐다가 겨우 구조됐다고 합니다.

[당시 고립 노인 환자 : 비가 너무 많이 오니까 겁도 나고 무섭기도 하고, 식당에 물이 막 차서 (밥도 못 먹고.)]

이후 이들 요양원 측은 물막이판과 양수기 등 수해 대비를 강화했지만, 불안감은 남아 있습니다.

[김명희/B 요양원 원장 : (비 오면) 저 강물이 어디까지 올라와 있을까, 또 역류해서 저 문 닫으면 여기 있는 물은 못 빠져나가나, 이런 생각을 자꾸 하게 되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거동이 불편하거나 서툴러, 대피에 큰 어려움을 겪는 노인과 장애인, 그리고 어린이와 관련한 복지시설은 전국에 모두 1만 2천여 곳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영상취재 : 강시우,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김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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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노약자 복지시설 가운데 하천 범람 위험지역에 위치한 곳은 얼마나 될까.

이건 비가 많이 오면 하천이 넘쳐 침수될 우려가 큰 곳을 일일이 지도에 표시한, 환경부의 '하천 범람 지도'입니다.

재난관리 전문가 자문을 토대로 이 지도에 노약자 복지시설 소재지가 어떻게 분포하는지 겹쳐봤습니다.

그랬더니 전체 1만 2천여 곳 가운데, 838곳, 그러니까 7% 정도가 침수 위험 지역 안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7월 침수됐던 충남 공주의 요양원 2곳도 여기에 포함돼 있습니다.

광역 별로 보니 침수 위험이 큰 지역과 노약자 복지시설 위치가 겹치는 비율은, 세종 18.4%, 대구 13.1%, 경남 12.9% 순으로 높았습니다.

세종은 크고 작은 하천이 58개나 있는 데다 저지대인 곳이 많은 지형적 특성 탓에 위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광주는 1.21%로 침수 위험 지역에 자리 잡은 시설 비중이 가장 낮았습니다.

다만 이런 방식의 분석에는 한계도 있습니다.

환경부의 '하천 범람 지도'는, 하천 주변 지대가 낮은 곳을 표기하는 방식으로 제작됐습니다.

제방 등 물막이 시설이 얼마나 설치돼 있고, 또 얼마나 효과적인지 같은 지역별 방재 수준에 대한 평가가 담겨 있지 않습니다.

[김병식/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교수 : 제방이 터지면 (물이) 쫙 퍼지는, 다이나믹으로 2차원 해석을 해야 하는데 이건 그냥 (고도를 기준으로) 탁 자르는 방식이에요 간편하게. 그러다 보니까 이걸로 어떻게 대피하라는 정보를 줄 순 없어요.]

영국은 이미 22년 전, 수도 런던을 가로질러 흐르는 템스강이 기후변화에 따라 범람하는 상황을 가정해, 어느 지역이 얼마나 침수되는지를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고, 예상한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김병식/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교수 : (영국은) 런던이 어떻게 침수가 될지를 확산 모형 (물이 넘치는 경로를 예상)으로 해서 다 그렸어요. '여기에는 이런 시설이 있으면 이거는 옮겨라'. (우리나라도) 침수 모형을 통해서 그런 지도를 다 그려야 되는 거예요.]

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는 "재난상황을 가상현실로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이용해 재난에 대비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장운석·오영춘, 영상편집 : 박진훈, 디자인 : 홍지월·방명환·장예은, 데이터분석 : 배여운)

신용식 기자 dinosik@sbs.co.kr
이현정 기자 a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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