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물러난 사격연맹 “이사회 총사퇴”
‘새판 짜기’로 정상화 해법 모색
파리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 대한사격연맹이 빠른 정상화를 위해 이사회 총사퇴를 결정했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21일 “봉황기 전국사격대회 현장에서 2024년도 제10차 이사회를 열고 신명주 전 회장 취임과 함께 구성된 이사회 31명 전원 및 연맹 사무처장이 모두 물러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선거로 당선된 신 전 회장은 자신이 병원장으로 있는 명주병원의 임금 체불 문제로 이달 초 사퇴했다. 연맹은 부회장 중 한 명이 회장 대행을 맡으면서 연맹 정관 21조 4항에 따라 60일 이내에 새 회장을 선출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새판 짜기를 선택했다. 이은철 연맹 실무부회장은 “이사회 전원 사퇴 결의와 함께 전 회장과 관련한 사항이 일단락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사회 총사퇴는 연맹의 어려운 처지를 잘 나타낸다. 한화가 지난해 회장사에서 물러날 때까지만 해도 이월금이 5억여원으로 확인됐던 연맹은 파리 올림픽 출전 선수들에게 지급할 수백만원의 격려금 마련조차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신 전 회장이 자비로 격려금을 해결했는데, 올림픽 기간 스스로 물러나면서 재정난 우려는 더 심해졌다. 당장 파리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금메달 3·은메달 3개)을 달성한 선수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포상금 마련도 어렵다. 연맹 규정에 따르면 금메달 포상금은 선수 5000만원, 코칭스태프 2500만원이다. 은메달은 선수 3000만원, 코칭스태프 1500만원이다.
연맹 관계자는 “신 전 회장이 연말까지 후원금으로 3억원을 내놓기로 약속했지만 법적으로 임금 체불 해결이 우선이라 섣부른 기대는 하기 어렵다”며 “새로운 회장을 하루빨리 모시는 게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 전 회장이 파리 올림픽에서 사용한 경비(항공료 및 숙박비) 등은 모두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맹은 이사회 총사퇴로 새 그림을 쉽게 그릴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새 회장 선임도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연맹은 앞서 신명주 전 회장이 부임할 때까지 반년 넘게 수장 공백 상태였다. 자칫 공백이 길어질 경우 파리 올림픽을 통해 확인한 사격의 르네상스 기대감이 뒤로 물러설 수도 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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