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늘에서 다 지켜본다"…불법 조업 '시치미' 이젠 옛말

송우영 기자 2024. 8. 2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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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불법 어선 '공중 단속현장' 동행 취재
[앵커]

물고기를 싹쓸이하는 불법 어선들, 단속을 벌여도 '증거 있냐'며 발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불법 조업, 하늘에서 손바닥 보듯 다 지켜보며 잡아낸다고 합니다.

밀착카메라 송우영 기자가 해경 항공기를 타고 공중 단속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하늘에서 바다를 감시하는 해경 순찰 항공기에 수상한 대형 어선 2척이 포착됩니다.

저인망 그물로 물고기를 싹쓸이하는 일명 '쌍끌이' 조업.

물고기 씨를 말리기 때문에 금지된 방식입니다.

항공기가 증거 영상을 찍자마자, 바다 위 해경 함정에 출동 지시가 떨어집니다.

[군산해경서 관계자 : 접근해 승선 실시하겠음. 제가 따라갈게요. 승선 완료. 경위 김OO 등 3명 승선 완료. 조타실 진입 중에 있음.]

해경이 배에 올라 확인해보니, 꼭 켜놔야 하는 항적 장치도 꺼놨습니다.

[군산해경서 관계자 : 지금 항적을 지금 입력 안 하셨다는 말이잖아요, 지금? {안 하고 다닙니다. 그러면 막 복잡하니까 항적을 안 하고…}]

이때 "고기를 잡지 않았다"며 시치미를 떼는 선장.

[불법 조업 어선 선장 : 아, 그러니까 내가 이야기해 줄게요. 그래갖고 OOO호가 우리 물건을 싣고 있어요. {무슨 물건 받으러 오셨는데?} 기계, 기계. 저기다 싣고 있어서…]

하지만 해경은 더 말을 섞을 필요가 없습니다.

항공기에서 찍은 증거영상을 제시하자, 선장은 더이상 발뺌하지 못합니다.

배로만 단속할 땐 증거 포착에 한계가 많았지만, 지난해 해경이 항공기를 단속에 투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이교민/서해해경청 무안고정익항공대장 : 해상에서는 채증이 안 되기 때문에 저희 항공기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항공기에서 비노출로 채증을 하고 그 채증된 것을 경비 함정에 전달을 한 이후에 그것을 증거로 삼아서 (수사를 진행합니다.)]

서해해경 순찰 항공기가 뜨는 전남 무안국제공항.

언론사 최초로 해경 순찰기에 같이 타서 오늘 불법 어선들을 단속하는 현장도 따라가 보겠습니다.

일반 여객기와 달리 실내 소음이 크기 때문에 소음 차단 헤드셋을 껴야만 대화가 가능했습니다.

고도 3000미터 상공.

서해와 남해를 레이더로 꼼꼼하게 훑으며 각 어선이 무슨 조업을 하고 있는지 파악합니다.

불법 조업이 의심되는 선박 한 척이 보입니다.

[서해해경청 관계자 : 시각상 (오징어) 채낚기 어선 등화 확인. 고도 유지하고 현 위치 홀딩하겠음. 불법 조업 유무 확인 바람.]

근처를 계속 돌며 특수 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합니다.

다행히 정상 조업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렇게 해경 항공기는 밤에는 주로 불법 오징어잡이 배를, 낮에는 불법 쌍끌이 어선을 단속합니다.

높은 곳에서 비행하기 때문에 조용히, 그리고 넓게 감시가 가능합니다.

덕분에 최근 우리 영해 밖에서 불법 낚시를 하려고 배를 띄운 전문 낚시꾼들을 적발한데 이어, 새벽 시간 몰래 잠수해 양식장 해삼을 훔치던 잠수부 일당도 적발해냈습니다.

[부안해경서 관계자 : 해안선과 아주 근접했다가 잠수부로 추정되는 사람이 갑판상으로 올라탔고, 다시 곧바로 잠수부로 추정되는 인원 1명이 바다 쪽으로 다이빙 입수하는 장면을 채증 완료했습니다. 다이버를 교체하는구나.]

중국 어선들의 우리 해역 침범까지 포함해, 지난해 12건, 올해는 현재까지 6건의 단속 실적을 올렸습니다.

[박승훈/서해해경청 무안고정익항공대 팀장 : 불법 어선들의 행적이라든지, 패턴이라든지, 그거를 매일 매일 분석을 하고 있거든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1년 동안 그런 노하우를 축적했고…]

불법 조업을 막기 위해서 이런 항공기가 밤새 하늘에서 감시까지 해야 된다는 사실, 저도 이번에야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바다라는 자원이 무한하지 않기 때문에 모두 정해진 규정은 지켜야 한다는 점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화면제공 군산해경서·부안해경서]
[작가 유승민 / VJ 박태용 / 취재지원 홍성민 박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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